안철수, 대선 후 첫 언론 인터뷰
협상 도중에 사퇴한 이유는
문 측, 단일화 안 되면 3자대결 선언
문 후보 만난 뒤 설득 힘들겠다 판단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8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정책카페’(지역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의 소회와 향후 행보를 밝히고 있다. [김형수 기자] |
지난해 11월 23일 야권 단일후보 사퇴는 대선이 3자 대결 구도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피눈물 나는 결단. 대선 당일(12월 19일) 미국행은 승리 후 문재인 후보 진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선택.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대선 과정에 대한 안 의원의 첫 번째 술회다.
그는 민주당 일각에서 자신이 문 후보를 최선을 다해 돕지 않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과 관련해 “세계 어느 대선에서 (파트너가) 열심히 안 도와서 패배한 후보가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인터뷰는 서울 노원병 지역구의 사무실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문답.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도중 사퇴한 이유는.
“제 모든 걸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국민에게 약속을 했다. 그런데 저쪽(문 의원 측)에서 단일화가 안 되면 3자 대결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나왔다. 서로 (단일화) 7개 항에 합의할 때 ‘후보 등록 전 단일화를 이룬다’고 했는데 그 말은 합의를 깨겠다는 것이었다. 그걸 보고 결심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면 내려놓는 수밖에 없다고. (다자대결) 여론조사에선 문 후보에게 밀렸다는 식이었지만 당일 오전에도 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1대 1 대결에서 이기는 결과가 나왔고, 내부의 여론조사 결과도 여전히 견조하게 (문 후보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정말 피눈물 나는 결단이었다.”
-문 의원과 1대 1 담판에서 그런 결심을 굳힌 건가.
“그 전날 (문 의원과) 1대 1로 이야기한 다음에 개인적으로 만나서 더 이상 설득은 힘들겠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다음에 3자 대결 발표가 나오니까….”
-담판에서 안 의원은 민주당 입당을 전제로 한 문 의원의 양보를 요구했고, 문 의원은 자신도 승산이 있다고 했다는데.
“그건 세월이 흐른 뒤에….”
-민주당에선 안 의원이 사퇴 이후 열심히 돕지 않았다는 시각이 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저는 좋아하지만 문 후보를 싫어하는 사람이 (문 의원을) 찍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열심히 운동했다. 열심히 안 도왔다는 분들은 결과론적인 것 같다. 그 당시는 그 정도면 열심히 도왔다고 민주당에서도 얘기했고. 열심히 안 도와서 패배한 후보가 있나요? 세계 어느 대선에서?”
지난해 12월 19일 인천 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는 모습. [김형수 기자] |
-대선 당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을 비판하는 야권 지지층도 있다.
“전국의 수십 군데에서 지원 유세를 하면서도 저는 말 그대로 백의종군, 그냥 아무 조건 없이 도왔던 거다. 막 이길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선 (승리의) 일등공신이 옆에 없으면 굉장히 편안한 상태 아니었을까. 그러나 나중에 굉장히 의도치 않게 (대선 패배에) 상처 받은 분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후회가 됐다. 오히려 마음의 상처 받은 분들을 좀 위로해 드리고 했어야 하는데.”
-당시 친노 진영이 안 의원을 경쟁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파트너십이 부족하다고 했었는데.
“단일화 협상을 한때 중단한 이유도 그렇게 경쟁 상대로만 접근했던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그때 한 말이나 생각은 지금도 그대로 유효하다.”
-친노 진영에 대해 정치권에 들어와보니 드는 생각은.
“한국 정치의 제일 큰 문제는 정치를 선과 악의 대결로 생각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정치라면 공존의 틀 속에서 경쟁상대로 생각하면서 가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상대방은 처단해야 될 악으로 규정한다. 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한 공방도 문제의 본질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논란이다. 정보기관이 대선에 개입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문제에 대한 사실 규명과 처벌, 재발방지가 본질인데 어느 사이에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나 안 했나에 이어 사초 분실로까지 논란이 됐다.”
-친노 진영이 그렇게 몰고 갔다고 보는 건가.
“(새누리당 친박과) 양쪽 다죠.”
-친박도 친노와 비슷하다고 보나.
“서로 결은 다르겠죠. 양당 모두 한 분 한 분 보면 좋은 분이 많다. 그러나 집단이 되면 지난번 (정상회담 대화록 열람) 표결 때 보였던 그런 처참한 광경, 강제당론에 따라서 국익에 손해되는 행동을 한다. 거기뿐 아니라 현재 민주당에서 당권 갖고 있는 분, 또 다른 진보 진영도 한 조각 그림들이다. 제대로 된 그림을 못 만들고 있는 게 우리나라 정치의 모습이다. 이를 원래 정치의 모습으로 돌리는 게 미력하나마 내가 할 일이다.”
-여론조사상 안철수 신당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공개적으로 같이하겠다는 현역 의원 수는 절대 부족한데.
“국민의 열망은 대안 세력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게 거의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그런 열망에 대해 제가 해야만 하는 의무와 몫이 있다. 그렇다고 ‘안철수 (개인)당’으로 가면 안 된다는 건 한국 정치사가 증명한다. 그래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다. (신당 창당은) 이분들과 뜻이 맞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면 함께 의논해 공동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결정할 때 나도 N분의 1이다. 내가 먼저 그릇을 만들어 채우기보다는 많은 분들과 논의해서 그분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같이 그릇을 만들겠다.”
-언제쯤 결정할 건가.
“그런 타임 스케줄은 없다. 분명한 것은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6월 지방선거 등) 정해져 있는 정치 일정에는 맞춰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
-민주당에선 선 당개혁, 후 안 의원과의 연대를 말한다. 기성 정당의 한 세력으로 존재할 가능성도 있나.
“대한민국 정치 문화가 바뀐다면 어떤 식으로 모양이 최종 정리될지는 잘 모르지만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또 다른 결과가 나타날 거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정당 시스템이 제일 바라는 모습이지, 형식적으로 당이 몇 개냐는 중요치 않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비호남에선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연대하고, 호남에선 연대하지 않는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글쎄, (야권후보 단일화 없이 출마했던) 이번 노원선거를 보면 (내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지 답이 있다. (나에게) 부산 영도에 출마하란 얘기 나왔잖나. 위에서 체스 게임 하듯이 여기 출마하면 어떻게 되고 하는 그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노원 선거에서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을 안 거치고 60% 넘게 받았다. 그중엔 평생 새누리당만 찍었던 분들이 거의 30%다. 진보정당만 평생 찍었던 분들 표도 다 받았다. 그게 변화에 대한 열망일 거다. 새누리당이 진짜 보수 정당인가? 민주당이 진짜 진보정당인가?”
글=채병건·강인식·이윤석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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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강인식.이윤석.김형수 기자 kangis@joongang.co.kr
▶강인식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kisn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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