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신축 아파트 전셋값이 빌라 수준”...흑석동 뉴타운 입주폭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내달 입주 흑석자이 현장을 가다

1772가구 대단지 전세매물 234건

7~8억 예상 전용59㎡ 전세 3억

2~3층 저층 4억 중후반도 가능

5000만~1억 더내린 급매물 봇물

전문가 “조정패턴 입주단지 극심”

헤럴드경제

2월 말 입주를 앞둔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고은결 기자


“‘흑석자이’ 입주가 코 앞이라 전세 들어가기에 좋은 타이밍이에요. 거의 5~6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고 인근 구축보다 저렴해요. 특히 20평대 전세 가격은 사실상 빌라 수준이죠.” (서울 동작구 흑석동 A공인중개사 대표)

대단지 입주를 앞둔 서울 동작구 흑석 뉴타운 일대의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격을 조정하며 전용 59㎡ 신축 아파트 전세 가격이 4억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입주 물량 영향에 인근 단지 전세 가격도 뚝뚝 꺾이고 있다.

지난 18일 찾은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흑석 3구역의 ‘흑석리버파크자이’ 신축 현장은 다음 달 말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흑석자이는 총 1772가구 규모 대단지로 기존에 흑석 뉴타운에 공급된 단지와 비교해 사업 규모가 가장 크다. 2020년 일반 분양 당시 전용 59㎡ 타입은 6억4300만원~7억170만원, 전용 84㎡ 타입은 9억110만원에서 10억590만원, 전용 120㎡ 타입은 12억2760만원으로 공급됐다. 이 단지는 분양 당시 주로 고급 아파트에 공급되는 수영장 시설이 흑석뉴타운 안에서 처음 공급이 돼 화제가 됐던 곳이기도 하다.

입주는 오는 2월 28일부터 5월 16일까지 진행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창문에 ‘흑석리버파크자이 입주 전세·월세·매매 상담 환영’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며 문의 응대에 적극 나섰다. 이날 방문한 공인중개업소 7곳은 점심시간 직후인 만큼 대체로 한산했지만, 3곳은 전화 상담을 진행 중이었다.

중개업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세 문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매물이 쌓이며 ‘전세금 줄다리기’에서 집주인이 다소 열세인 분위기다. 지난 20일 기준 온라인에 등록된 흑석자이 매매 물건은 18건에 그치는 반면, 전세 물건은 234건까지 늘었다. 월세는 95건이다. 전셋값이 워낙 떨어지다 보니 마을버스 정류장과 가까운 단지 초입에 위차한 아파트동의 전용 59㎡ 로얄층 입주 예정자도 ‘5억원이라도 맞춰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흑석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2~3층 등 저층이면 4억 중후반대도 가능하다. 전용 59㎡에 5억원이면 거의 5~6년 전 가격 수준으로, 구축보다 저렴하고 사실상 빌라 수준”이라며 “최소 7억~8억원대는 갈 줄 알았는데 이미 3억원 이상 내린 터라 더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집주인들이 급해서 최근 5000만~1억원은 더 내려 내놓은 매물들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흑석자이 건너편 단지 상가 내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최근까지만 해도 전용 59㎡ 기준 전세가 6억원대 수준이었는데 5억원대로 완전히 떨어졌다”며 “집주인들이 만기가 다가오고 압박을 느껴 저렴하게 내놓고 있다. 입주장 때 물량이 확 쏟아지며 가격이 많이 내린다”고 설명했다.

입주 물량 공세에 인근 단지 전셋값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같은 상가 내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롯데캐슬에듀포레 59㎡ 전세가 5억5000만원 수준에 나갔다고 한다. 2년여 전에는 8억원대였는데, 지금 (전세 가격이) 2억5000만원 이상 다 떨어졌다. 현재 전세 호가 6억원대 물건 가격도 더 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보통 입주 기간 전후로 전셋값이 확 떨어진다지만, 추후 다시 반등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금 부동산 경기나 대출 이자 때문에 시장을 예측할 수가 없다”며 “예전처럼 ‘빨리 잡아야 한다, 나중에 더 비싸진다’고 손님들을 설득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매매 호가는 다소 상이하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전용 59㎡ 물건 2건은 각각 13억원, 15억7000만원이다. 조합원 분양가 기준으로 프리미엄이 각각 8억여원, 11억원 붙은 수준이다. 흑석동 E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호가는 13억원부터 16억원~17억원까지 다양하다. 급하지 않으면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지만, 시장 상황이나 금리를 보고 3억원 넘게 낮춘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가파른 전셋값 하락세는 대단지 입주를 앞둔 지역의 공통 현상이다. 가뜩이나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작년보다 더 늘어 역전세난 우려가 큰데, 강남권도 장사가 없다는 분석이다. 2월부터 입주에 들어가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57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38%인 1278건이 전세 물건으로 쏟아졌다. 물량 증가에 전용 79㎡ 기준 전세 호가는 최저 7억원까지 떨어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입주 물량 증가, 이자 부담, 월세 선호 등으로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전세 가격 조정 패턴이 나타나고 있는데 아무래도 입주를 앞둔 단지는 그런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집값이 떨어지니 (매매) 자본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고, 전세를 놓는 게 이자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