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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센서 없이 충돌 감지하고 물체 인식 … 로봇에 신경망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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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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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단순 제조를 넘어 자동화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로봇 플랫폼'을 구축해 세계적인 로봇 회사로 도약하겠습니다."

협동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만드는 뉴로메카를 창업한 박종훈 대표(사진)가 폭발적인 성장세가 점쳐지는 로봇 시장에서 회사가 주목하는 사업 기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뉴로메카는 협동로봇 제조·생산에 가장 특화된 국내 기업으로 손꼽힌다. 협동로봇이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며 사람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로봇을 말한다. 대기업 공장에서 운영하는 부피가 크고 무거운 산업용 로봇과 달리 공간적 제약이나 인명사고 위험이 작은 일종의 산업용 로봇 팔을 지칭한다.

협동로봇은 대규모 제조업 공장에 적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중소 제조기업 생산라인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다품종 생산 체제를 갖춘 중소 제조기업이 공정을 자동화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제품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국내 협동로봇 시장 규모를 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전체 시장은 매년 60% 가까이 커지는 흐름이다. 박 대표는 포스텍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 대표 로봇 전문가로 포항지능로봇연구소와 원익로보틱스를 거쳐 2013년 창업에 나섰다.

박 대표는 "협동로봇은 로봇 팔 끝부분에 '그리퍼'라고 부르는 다양한 도구를 장착해 수많은 종류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산업용 로봇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특징이 있다"면서 "협동로봇을 도입하는 기업이 점점 늘면서 중소 제조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전환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협동로봇의 단순 제조를 넘어 종합로봇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그는 "로봇 회사가 로봇을 만드는 데만 골몰해서는 차별화한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면서 "로봇 제조를 넘어 서비스형 로봇(RaaS)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협동로봇 운영을 위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면서 고객까지 이어지는 전체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산업용 로봇은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다루는 데 한계가 있지만 협동로봇 제어 알고리즘은 직접교시와 충돌방지를 어떤 식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모션(motion) 프로그래밍이 들어간다"면서 "로봇이 실제 사용자에게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스마트 툴과 자동화 솔루션 그리고 고객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뉴로메카의 간판 로봇은 '인디'다.

국내 최초 센서 없는 협동로봇으로 신경망에 기반해 충돌을 감지하고 물체를 인식하는 기능을 갖췄다. 회사는 단순히 이 로봇을 고객사에 공급하는 게 아니라 인디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동화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자율이동 로봇 '모비', 협동형 산업로봇 '아이콘' 등 다양한 로봇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모비는 자율이동과 매니퓰레이터(로봇 팔)를 결합한 로봇이다. 자율이동 로봇과 매니퓰레이터를 결합한 이동형 협동로봇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내놓은 제품이다. 배송과 순찰, 방역, 안내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더 똑똑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로봇 제어 알고리즘 분야에서 원천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하는 지점이다.

실제로 협동로봇 분야에서는 제어 알고리즘의 연구개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박 대표는 "뉴로메카의 연구개발은 사람과 로봇의 협업 과정에서 자동화 공정의 생산성을 어떻게 올릴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가령 충돌방지 기능에는 딥러닝 기반의 학습 네트워크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로메카는 로봇 제어를 비롯해 안정·교시 기술 부문에서 앞선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가 센서 없이 자체 개발한 '컬리전넷(CollisionNet)'이라는 심층 신경망 기반으로 더욱 정밀하고 민감하게 측정하는 기능을 구현했다.

뉴로메카는 우주, 대기업 양산공정과 의료연구 분야를 비롯해 식음료(F&B) 기업의 자동화 솔루션 구축 등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F&B 분야에서 로봇 수요가 늘고 있다. 로봇이 커피를 타고 치킨 프랜차이즈의 치킨 튀김 공정을 협동로봇이 수행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한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인디를 도입하기도 했다.

앞으로 로봇 시장 전망과 관련해 박 대표는 "현재 로봇 산업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너무 작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아직 자동화되지 않은 분야들이 로봇으로 채워지면서 2030년 전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본격적으로 넥스트 빅쇼크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로봇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뉴로메카는 올해 초에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우주 잔해물 포획' 사업에 공동 연구개발 기관으로 선정됐다. 임무 수명이 종료된 위성체와 우주 파편 등 우주 잔해물을 제거하기 위한 사업이다. 우주 잔해물은 약 9000t으로 추정된다.

잔해물은 지구로 낙하해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지난 50년간 지구로 떨어진 우주 쓰레기는 5400t에 달한다. 앞으로 10년간 새로운 인공위성이 최대 10만개 추가 발사될 예정이다.

현재 저궤도 위성 약 2000개의 50배 규모다. 우주기술 선진국들은 2010년대부터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뉴로메카는 로봇 팔형 포획 탑재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뉴로메카는 지난해 9월 가트너 신흥기술 보고서에서 '스마트 로봇공학 기술혁신 기업'으로 선정됐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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