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즐기지 않고 시험준비 매진
고용시장, 지난해 5월 정점 이후 둔화 양상
올해부터 경기 둔화·실물지표 부진 등 영향
정부, 직접일자리 사업으로 94만명 채용하기로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시작됐지만 취업준비생 A씨는 연휴 첫날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기업 마케팅 분야 취업을 준비 중인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스터디카페에 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것은 A씨뿐만이 아니었다. 올해 감정평가사 2차 시험을 치르는 취업준비생 B씨도 연휴 내내 오전 7시에 기상했다.
“곧 있으면 시험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모의고사를 준비할 시간이 간절했어요. 가족은 나중에 만날 수 있지만 시험은 1년에 한 번뿐이거든요. 물론 가족들을 보지 못해 후회하는 시간이 올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은 나중의 이야기처럼 느껴져요.”
취업준비생 A씨는 자신의 취업 준비 기간에 대해 “실패의 연속을 마주하는 것 같다”면서도 “불안정한 시기를 이겨내고 하루빨리 ‘취뽀’(취업 뽀개기)에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사진=A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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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들이 느끼는 고용시장 ‘찬바람’
지난해 연이은 불합격 소식을 들었다는 A씨는 고용시장 분석 기사를 접한 뒤로 채용연계형 인턴이나 계약직 모집에도 지원서를 넣는 등 발품을 팔았다고 한다. 변화하는 취업 환경에 맞는 전략으로 모 기업 체험형 인턴에 합격한 A씨였지만 탈락 소식을 계속 접했을 때는 절망적이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레이스를 하는 것 같아서 막막하고 속상했어요. 관련 직무 인턴 경험 3번에 각종 대외활동, 공모전까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서류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전형 결과 메일을 클릭하기도 전에 손이 떨리기도 하고 화면에 ‘불합격’이 뜰 때면 좌절감이 들기도 했어요. 특히 취업 준비는 합격 외에 ‘이 정도면 된 거야’라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고민과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감정평가사 시험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 중인 B씨도 취업이 녹록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취업 준비가 힘들다는 것은 매번 느끼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운 좋게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구했는데 ‘시간제 일자리를 얻는 게 이 정도로 어렵다면 취업의 문은 얼마나 작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고용 전망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감정평가사를 취득한 뒤에도 고용 한파가 이어질까 봐 걱정이에요.”
‘2022 PKNU 진로·취업박람회’가 열린 지난해 11월 9일 오후 부산 남구 부경대 대연캠퍼스 체육관을 찾은 학생들이 기업 부스에서 채용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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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 지난해 정점…올해는 한파 전망
취업준비생들이 연휴에 공부하는 풍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최고점을 찍은 고용시장과 달리 올해는 얼어붙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808만 9000명으로 전년도 대비 81만 6000명 증가했다. 이는 통계청이 1963년 연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실업자 수는 83만 3000명으로 전년보다 20만 5000명 감소했다. 실업률도 전년 대비 0.8%p 낮아진 2.9%였다.
이 같은 상승폭은 일상 회복에 따른 활동 증가와 수출 호조 등으로 취업자 증가가 이어진 영향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의 취업자 수 변화 추세와 경기 및 고용지표 동향 등을 고려하면 올해 고용시장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81만 6000명이었던 취업자 수 증가폭을 10만명으로 대폭 낮췄고, 한국개발연구원은 8만명, 한국은행은 9만명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취업자 증가 폭이 87.7% 감소하며 고용 한파가 시작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취업자 수는 5월 93만명대로 최고치에 도달한 뒤 7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달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 경제정책방향 상세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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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 같은 고용 한파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직접일자리 사업으로 94만명 이상을 채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일자리 전담반(TF)’을 중심으로 정부 일자리 사업이 집행되도록 관리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제16차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일자리 TF 제2차 회의에서 “취업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직접 일자리의 경우 동절기 일자리와 소득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1월 중 59만명 이상, 1분기 92만명 이상, 상반기까지 100만명 수준을 목표로 최대한 신속히 집행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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