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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가 인슈어테크 서비스를 빠르게 안착시켜나가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나 운전습관 연계 보험 등 일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인슈어테크 성장을 위해선 해외처럼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서 몸집을 키울 때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에선 소수의 고객에게 적합한 특화 보험을 제공하는 '임베디드 보험'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인슈어테크는 보험과 기술의 합성어로 상품개발과 계약체결, 고객관리 등 각 분야의 보험 업무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을 융합해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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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슈어테크 안착에는 성공한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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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한 챗봇 등을 통해 상담 또는 업무지원 처리를 자동화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국내 보험사는 웨어러블 기기 등 사물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외부 데이터를 활용해 건강증진형 보험, 운전습관 연계 보험 등과 같은 새로운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인슈어테크 도입은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평가다.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디지털 전환(DX)이 늦었는데도 일부 보험사들이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에 뛰어들면서 인슈어테크 저변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교보생명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피치(Peach)'를 운영 중이다. 금융·비금융 자산 통합관리와 보험정보 기반 신용점수 관리뿐 아니라 자산관리 솔루션과 생애 의료비 예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서울대 경영연구소와 공동개발한 금융스타일 지수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금융생활을 돕고, 다양한 금융교육 콘텐츠를 통해 금융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신한라이프와 KB손해보험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금융 계열사들과 함께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니모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앱 하나로 삼성금융 계열사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출시 1년도 안돼 구글플레이 기준 5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보험 가입과 심사, 보험금 청구를 할 때에도 인슈어테크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종이 서류를 보면서 가입하던 시대에서 보험도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통한 계약 체결이 일반화됐다.
대표적으로 KB라이프의 옴니청약을 들 수 있다. 옴니청약은 실제 보험설계사와 대면하지 않고도 모바일로 청약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NH농협생명 텔레마케팅(TM) 보험 스마트 고객확인 서비스도 전화상담원이 고객 확인과 상품 가입권유, 상품설명 단계를 거친 후 고객이 스마트폰을 통해 직접 보험을 가입하는 서비스로 설계사를 만나지 않고 보험 계약이 완료된다.
흥국생명 보험금 접수 자동화 서비스는 AI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금 접수 서류를 청구서, 진단서류, 처방전 등으로 자동 분류하고, 문자 추출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위한 데이터를 자동 처리한다. 상담원은 보험금 지급 심사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 효율성이 증대됐다.
◇보험사 투자·M&A로 눈 돌려야 기회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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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내 보험사의 인슈어테크는 외부 업체와의 제휴 또는 자체 IT개발팀이 시스템을 개발해 서비스를 도입하는 단계였다. 최근 글로벌 보험사들은 인슈어테크 전문 기업에 투자하고 기업공개(IPO)까지 진행할 정도로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인슈어테크 투자 규모는 지난 10년간(2012~2021년) 연평균 64%의 증가율을 보였다. 2012년 약 4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21년엔 한해에만 약 144억달러로 투자금 규모가 36배 커졌다. 2021년까지 10년간 누적 투자 규모는 438억달러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2021년 투자금 중 미국이 약 62%를 차지하고 유럽(독일·영국·프랑스), 아시아(중국) 지역에서도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미국 레모네이드(Lemonade), 오스카 헬스(Oscar Health), 히포(Hippo) 등 10개사는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국내 보험사의 비금융 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나 인수를 막던 규제가 완화된 만큼 데이터 분석, 맞춤형 보험 추천 플랫폼, AI, 블록체인 등 스타트업 M&A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해외 동향 중 눈여겨볼 것은 '임베디드(Embedded) 보험'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베디드 보험은 소수의 고객 요구에 적합한 특화 보험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각기 다른 조건을 가진 고객 요구를 빠르게 충족시켜 보험사가 더 많은 고객 접촉 채널을 만들어 다양한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생명보험 인슈어테크 기업인 베스토우(Bestow)는 상품 구매 후 거스름돈을 모아 주식이나 펀드를 구매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스타트업 에이콘스(Acorns)에 임베디드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 레모네이드는 개인 대출 전문 핀테크사인 소파이(Sofi) 플랫폼에 보험상품을 임베디드 보험 방식으로 제공 중이다.
세계적으로 파트너십 전략의 중요성도 대두하고 있다.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고객으로부터 얻어지는 데이터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핵심 요소가 보험사와 서비스 제공사와의 파트너십이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 보험사는 생태계 내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지만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 환경에서 기술 및 데이터 중 보험사가 단독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며 “위험은 우리 예상보다 더 복잡해 하나의 데이터만 분석해서는 완벽히 측정하기 어려워 다양한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생태계 내 기업들과 협력이 필수라는 점을 글로벌 보험사는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 연구위원은 “미래 자동차보험시장의 핵심 키워드인 커넥티드 자동차와 관련해 보험사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제조사, 자동차 딜러, 정비소, 각종 개인 운송기기 등 자동차를 둘러싼 모빌리티 생태계 내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보험의 연결”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관련 기업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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