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마치고 내일(21일) 새벽 귀국하는데요. 경제적 성과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죠.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6박 8일의 순방 일정을 마치고 내일 새벽 귀국하죠. 이번 순방 콘셉트,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밝게 빛난다'였을까요? 사실 짙은 어둠에 안개까지 내리면 빛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순방은 특히나 명과 암이 분명해 보입니다. 먼저 순방의 성과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관섭/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현지시간 19일) : 이번 순방은 정부와 민간이 원팀으로 함께 협업하여 수출 계약·MOU(양해각서) 체결·투자 유치 등의 많은 성과를 창출하였습니다. 순방 성과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밀한 후속 조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의 주안점은 경제였습니다. 시종일관 '경제 올인'으로 진행됐는데요. 윤 대통령은 다보스 현지에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라고 강조했죠.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 등 100여개 업체 대표로 경제사절단을 꾸린 데서 그 의지를 엿볼 수 있는데요. 특히 UAE로부터 300억 달러의 투자 약속을 받아낸 게 대표적 성과로 꼽힙니다.
윤 대통령은 두 번째 방문지인 스위스에서도 경제 외교 중심의 일정을 소화했는데요.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안면을 텄죠. 특별 연설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강화의 관점에서 한국의 역할을 피력하는 데 집중했는데요.
[2023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특별연설 (현지시간 19일) : 대한민국은 반도체·이차전지·철강·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생산 기술과 제조 역량을 보유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대통령실 역시 순방 성과를 부각하는 데 열을 올리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실이 자랑하는 빛나는 성과, 아쉽게도 말 한마디로 빛이 바랬는데요. 윤 대통령이 아크부대를 방문해서 한 발언 때문입니다.
[아크부대 방문 (현지시간 지난 15일) : 그리고 이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입니다.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입니다.]
윤 대통령, UAE의 주적을 이란으로 규정했죠. 말 한마디로 인한 외교적 파장은 컸습니다. 양국 외교 당국 사이에선 그제와 어제 사이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팃포탯(tit for tat)', 이른바 맞받아치기가 벌어진 건데요. 이란 외무부가 주이란 한국대사를 불러들이는 초치를 했죠. 이란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접근 방식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는데요. 이란은 여기에 두 가지를 더 얹었습니다.
사안을 의도적으로 키우려는 이란의 속내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 날 우리 외교부도 주한 이란 대사를 불러들이는 초치로 맞불을 놓은 겁니다. 외교부는 윤 대통령 발언이 한국·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차 설명했는데요.
[임수석/외교부 대변인 (어제) : (윤 대통령) 발언은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고 한-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과 관련한 해명을 요구하는 것도 "근거 없는 문제 제기"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유례 없는 맞초치에 양국 관계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대통령실은 요지부동입니다. 대통령 발언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오히려 이란의 오해에 방점을 찍는 기류죠.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란이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는데요. "동결 자금 문제, 윤 대통령의 핵 관련 발언 등을 문제 삼는 것을 보고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겁니다. 사실 현재 이란과 UAE의 관계는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었다고 하는데요.
[이희수/성공회대 이슬람 문화연구소 석좌교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명백한 발언 실수를 넘어서 지금 사실은 이란과 아랍에미리트가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 그 시점이었습니다. 당사자인 이란은 물론, 오히려 방문국인 아랍에미리트나 주변국들도 지금 당황하고 약간 불편함을 주는 그런 형국으로 와버렸고요.]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팩트를 바로 잡거나 유감 표명은 하지 않고 있죠.
민주당은 외교 참사라며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이번 거는 참사죠. 왜냐하면 이란이 발끈했잖아요. 그러면 그 나라하고 굳이 우리가 아랍에미리트하고 친구가 되기 위해서 갔는데 굳이 이란하고 적이 돼서 돌아오는 것은 큰 손해잖아요.]
특히 윤 대통령의 실언 리스크를 부각하는 기류입니다. 윤 대통령의 실언 리스크는 대선 국면에서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바 있죠.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9월 13일) : 사람이 이렇게 손발로 이런 노동으로 하는, 그렇게 해갖고 되는 건 하나도 없어. 그거는 이제 인도도 안 해 저 아프리카나 이제 하는 것이고]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19일) :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2월 22일) :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를 못합니다.]
실언이 도마 위에 오를 때면 윤 대통령이 내놨던 단골 해명, '악마의 편집'이었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19일) : 무슨 말만 하면 앞에 떼고 뒤에 떼어가지고, 전문을 보면 무슨 말인지 다 나올 텐데…]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2021년 12월 23일) : 학생들에게 좀 이해를 시키고 하는 과정에서 나온 거를 앞뒤 잘라 갖고 그렇게 얘기하면 그거는 뭐, 왜곡도 그런 왜곡이 없는 거죠.]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번에도 악마의 편집이라고 느끼고 있는 걸까요? 여당은 민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는데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장병들 격려 차원이었다고 옹호하고 있죠. 방어 과정에서 "이란은 악당 국가"라는 다소 거친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17일) : 아랍에미리트 국민들 입장에서 가장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어딥니까, 중동에서.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어디예요, 실질적으로. 이란 아닙니까?]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지난 17일) : 최근에 이란 보면은요, 진짜 악당 국가예요. 우리가 이란한테 사과를 해야 된다, 이거는 또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습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도 윤 대통령이 "외교 갈등을 촉발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요. 로이터통신 기사를 볼까요?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내적으로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외교 참사'를 일으켰다고 비난했고, 일부 여당 의원들도 그가 좀 더 조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는데요. 여기에 국내 중동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신경써야 할 건 이란 정부의 반응만이 아니라는 건데요.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한국에 대한 이란 국민의 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이희수/성공회대 이슬람 문화연구소 석좌교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사실 이란에게 한국은 최고의 나라였습니다. 발전의 롤모델이었고 또 한류가 가장 인기 있는 지역. 그래서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이란 국민들이 갖고 있는 그 당황함과 분노는 훨씬 크다, 그걸 우리가 유념해야 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실이나 여당의 대응과 달리 정부 일각에도 이란의 향후 조치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데요. 지난 2021년 1월, 이란 앞바다인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우리 선박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적이 있었죠. 3개월이나 억류돼 있었는데요. 정부는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려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는 우리 상선에 주의를 당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자, 그래서 제가 호르무즈 해협에 취재를 다녀왔던 경험을 살려 직접 현지 분위기를 취재해봤는데요. UAE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는 교민과 통화를 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UAE 현지 교민 : {UAE 한인 타운의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전반적으로 일단 못 들은 것처럼, 안 들은 것처럼, 없는 것처럼 표현하려고 하죠. 좋은 게 아니니까. 크게 키워서 좋은 게 아니니까. {무역업에 종사하고 계신데 이번 발언에 대해서 업계의 관계자로서는 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안 했으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죠, 뭐. 그냥 잘 수습되기만, 그리고 실질적으로 현재 이걸로 타격이 오고 있는 거는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근데 뭐 혹시 제일 걱정하는 건 이게 하나의 시발점, 아니면 촉매제가 돼 가지고 문제가 더 커질까봐 걱정이지… {호르무즈 해협 등에서 한국 선박들이 피해를 받을 가능성도 혹시 있습니까?} 뭐 (이란의 위협은) 항상 있으니까요, 항상 있습니다. 이거 때문에 문제가 될까봐 걱정이긴 한데, 이것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만약에 문제가 된다면.]
오늘은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에 '줌 인'해봤습니다. 부디 일이 더 커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현지 교민의 마음이 느껴지는데요. 앞으로는 부디 해외 순방에선 성과만 빛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중동 전문가의 발언으로 정리합니다.
[이희수/성공회대 이슬람 문화연구소 석좌교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경제적으로 중동에서 가장 오랜 외교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가 이란이고, 우리가 이란을 어떤 악당 국가다, 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우리의 미래 전략을 위해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굉장히 안일한, 정말 답답한 안타까운 그런 발언이고요.]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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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마치고 내일(21일) 새벽 귀국하는데요. 경제적 성과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죠.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6박 8일의 순방 일정을 마치고 내일 새벽 귀국하죠. 이번 순방 콘셉트,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밝게 빛난다'였을까요? 사실 짙은 어둠에 안개까지 내리면 빛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순방은 특히나 명과 암이 분명해 보입니다. 먼저 순방의 성과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관섭/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현지시간 19일) : 이번 순방은 정부와 민간이 원팀으로 함께 협업하여 수출 계약·MOU(양해각서) 체결·투자 유치 등의 많은 성과를 창출하였습니다. 순방 성과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밀한 후속 조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의 주안점은 경제였습니다. 시종일관 '경제 올인'으로 진행됐는데요. 윤 대통령은 다보스 현지에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라고 강조했죠.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 등 100여개 업체 대표로 경제사절단을 꾸린 데서 그 의지를 엿볼 수 있는데요. 특히 UAE로부터 300억 달러의 투자 약속을 받아낸 게 대표적 성과로 꼽힙니다.
[이관섭/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현지시간 19일) : 한·UAE 정상은 정상회담을 통해서 UAE 국부펀드 등이 에너지·원전·수소·방산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 300억불을 투자하고 한국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두 번째 방문지인 스위스에서도 경제 외교 중심의 일정을 소화했는데요.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안면을 텄죠. 특별 연설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강화의 관점에서 한국의 역할을 피력하는 데 집중했는데요.
[2023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특별연설 (현지시간 19일) : 대한민국은 반도체·이차전지·철강·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생산 기술과 제조 역량을 보유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대통령실 역시 순방 성과를 부각하는 데 열을 올리는 분위기입니다.
[김성한/국가안보실장 (현지시간 19일) : 글로벌 핵심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경제외교 행보도 이어갔습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상으로서는 9년 만에 처음으로 다보스 포럼에 대면으로 참석하여 국제적 논의를 주도함으로써 글로벌 중추국가의 위상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대통령실이 자랑하는 빛나는 성과, 아쉽게도 말 한마디로 빛이 바랬는데요. 윤 대통령이 아크부대를 방문해서 한 발언 때문입니다.
[아크부대 방문 (현지시간 지난 15일) : 그리고 이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입니다.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입니다.]
윤 대통령, UAE의 주적을 이란으로 규정했죠. 말 한마디로 인한 외교적 파장은 컸습니다. 양국 외교 당국 사이에선 그제와 어제 사이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팃포탯(tit for tat)', 이른바 맞받아치기가 벌어진 건데요. 이란 외무부가 주이란 한국대사를 불러들이는 초치를 했죠. 이란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접근 방식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는데요. 이란은 여기에 두 가지를 더 얹었습니다.
한국에 동결된 70억 달러가량의 이란 자금을 언급하며 '양자 관계 재고' 카드도 꺼내들었죠. 윤 대통령의 최근 핵무기 발언을 거론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난다"고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는데요.
사안을 의도적으로 키우려는 이란의 속내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 날 우리 외교부도 주한 이란 대사를 불러들이는 초치로 맞불을 놓은 겁니다. 외교부는 윤 대통령 발언이 한국·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차 설명했는데요.
[임수석/외교부 대변인 (어제) : (윤 대통령) 발언은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고 한-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과 관련한 해명을 요구하는 것도 "근거 없는 문제 제기"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임수석/외교부 대변인 (어제) : 우리 대통령의 발언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해 나가는 취지로 한 것입니다. 이란 측의 문제 제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지적합니다.]
유례 없는 맞초치에 양국 관계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대통령실은 요지부동입니다. 대통령 발언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오히려 이란의 오해에 방점을 찍는 기류죠.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란이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는데요. "동결 자금 문제, 윤 대통령의 핵 관련 발언 등을 문제 삼는 것을 보고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겁니다. 사실 현재 이란과 UAE의 관계는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었다고 하는데요.
[이희수/성공회대 이슬람 문화연구소 석좌교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명백한 발언 실수를 넘어서 지금 사실은 이란과 아랍에미리트가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 그 시점이었습니다. 당사자인 이란은 물론, 오히려 방문국인 아랍에미리트나 주변국들도 지금 당황하고 약간 불편함을 주는 그런 형국으로 와버렸고요.]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팩트를 바로 잡거나 유감 표명은 하지 않고 있죠.
민주당은 외교 참사라며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이번 거는 참사죠. 왜냐하면 이란이 발끈했잖아요. 그러면 그 나라하고 굳이 우리가 아랍에미리트하고 친구가 되기 위해서 갔는데 굳이 이란하고 적이 돼서 돌아오는 것은 큰 손해잖아요.]
특히 윤 대통령의 실언 리스크를 부각하는 기류입니다. 윤 대통령의 실언 리스크는 대선 국면에서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바 있죠.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9월 13일) : 사람이 이렇게 손발로 이런 노동으로 하는, 그렇게 해갖고 되는 건 하나도 없어. 그거는 이제 인도도 안 해 저 아프리카나 이제 하는 것이고]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19일) :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2월 22일) :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를 못합니다.]
실언이 도마 위에 오를 때면 윤 대통령이 내놨던 단골 해명, '악마의 편집'이었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19일) : 무슨 말만 하면 앞에 떼고 뒤에 떼어가지고, 전문을 보면 무슨 말인지 다 나올 텐데…]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2021년 12월 23일) : 학생들에게 좀 이해를 시키고 하는 과정에서 나온 거를 앞뒤 잘라 갖고 그렇게 얘기하면 그거는 뭐, 왜곡도 그런 왜곡이 없는 거죠.]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번에도 악마의 편집이라고 느끼고 있는 걸까요? 여당은 민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는데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장병들 격려 차원이었다고 옹호하고 있죠. 방어 과정에서 "이란은 악당 국가"라는 다소 거친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17일) : 아랍에미리트 국민들 입장에서 가장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어딥니까, 중동에서.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어디예요, 실질적으로. 이란 아닙니까?]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지난 17일) : 최근에 이란 보면은요, 진짜 악당 국가예요. 우리가 이란한테 사과를 해야 된다, 이거는 또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습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도 윤 대통령이 "외교 갈등을 촉발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요. 로이터통신 기사를 볼까요?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내적으로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외교 참사'를 일으켰다고 비난했고, 일부 여당 의원들도 그가 좀 더 조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는데요. 여기에 국내 중동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신경써야 할 건 이란 정부의 반응만이 아니라는 건데요.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한국에 대한 이란 국민의 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이희수/성공회대 이슬람 문화연구소 석좌교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사실 이란에게 한국은 최고의 나라였습니다. 발전의 롤모델이었고 또 한류가 가장 인기 있는 지역. 그래서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이란 국민들이 갖고 있는 그 당황함과 분노는 훨씬 크다, 그걸 우리가 유념해야 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실이나 여당의 대응과 달리 정부 일각에도 이란의 향후 조치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데요. 지난 2021년 1월, 이란 앞바다인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우리 선박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적이 있었죠. 3개월이나 억류돼 있었는데요. 정부는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려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는 우리 상선에 주의를 당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자, 그래서 제가 호르무즈 해협에 취재를 다녀왔던 경험을 살려 직접 현지 분위기를 취재해봤는데요. UAE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는 교민과 통화를 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UAE 현지 교민 : {UAE 한인 타운의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전반적으로 일단 못 들은 것처럼, 안 들은 것처럼, 없는 것처럼 표현하려고 하죠. 좋은 게 아니니까. 크게 키워서 좋은 게 아니니까. {무역업에 종사하고 계신데 이번 발언에 대해서 업계의 관계자로서는 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안 했으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죠, 뭐. 그냥 잘 수습되기만, 그리고 실질적으로 현재 이걸로 타격이 오고 있는 거는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근데 뭐 혹시 제일 걱정하는 건 이게 하나의 시발점, 아니면 촉매제가 돼 가지고 문제가 더 커질까봐 걱정이지… {호르무즈 해협 등에서 한국 선박들이 피해를 받을 가능성도 혹시 있습니까?} 뭐 (이란의 위협은) 항상 있으니까요, 항상 있습니다. 이거 때문에 문제가 될까봐 걱정이긴 한데, 이것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만약에 문제가 된다면.]
오늘은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에 '줌 인'해봤습니다. 부디 일이 더 커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현지 교민의 마음이 느껴지는데요. 앞으로는 부디 해외 순방에선 성과만 빛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중동 전문가의 발언으로 정리합니다.
[이희수/성공회대 이슬람 문화연구소 석좌교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경제적으로 중동에서 가장 오랜 외교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가 이란이고, 우리가 이란을 어떤 악당 국가다, 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우리의 미래 전략을 위해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굉장히 안일한, 정말 답답한 안타까운 그런 발언이고요.]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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