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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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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대만·아들은 중국…저어새 가족 겨울나기 따로따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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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硏 경로 첫 확인…"장거리 이동 특화 경로 스스로 익혀"

연합뉴스

전남 영광 칠산도에서 번식 중인 저어새
[국립문화재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작년 11월 3일 전남 영광 인근의 한 갯벌에서 저어새 가족이 겨울나기를 위해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 중 '아빠 새'는 평균 시속 52㎞로 약 1천15㎞를 비행해 다음 날 중국 원저우(溫州)에 도착했다. 그 후 510㎞를 더 날아 이틀 뒤 대만 중남부에 있는 자이(嘉義)현까지 갔다.

같은 장소에서 출발한 어린 저어새 두 마리는 어떻게 됐을까.

한 마리는 약 575㎞를 날아가 상하이(上海)에서 여정을 마쳤다. 나머지 한 마리도 상하이를 거쳤으나, 456㎞를 더 날아 이틀 후 원저우에 최종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이 함께 출발했으나 목적지는 다른 '따로따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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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 가족의 이동경로
[국립문화재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지난해 전남 영광 칠산도에서 번식에 성공한 저어새 8마리에 위치 추적기를 부착해 조사한 결과, 이들의 겨울나기 이동 경로를 처음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는 주걱처럼 생긴 검은 부리로 물속을 휘휘 저어가며 먹이를 찾는다.

인천·경기만, 영광 일대의 무인도 등 서해안에서 주로 번식하는데 10월쯤에 월동을 위해 남하한 뒤 중국·일본·대만·베트남 등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저어새가 겨울나기를 위해 이동한다는 점은 알려졌으나, 정확한 경로는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원은 지난해 6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혈연관계가 확인된 저어새 세 가족에 위치 추적기를 부착한 뒤, 각 개체가 10월 초∼11월 초에 이동한 경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저어새는 서남해안 연안 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겨울을 나기 위해 부모와 자식 개체가 서로 다른 경로로 중국과 대만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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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기를 부착한 저어새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모 개체에 해당하는 수컷 3마리는 평균 시속 50㎞로 약 1천624km 거리를 비행한 뒤 대만에 최종적으로 도착했다.

자식 개체인 수컷 5마리 가운데 4마리는 평균 시속 47㎞로 약 967km 구간을 날아 중국에 도착했다. 나머지 1마리는 1천379km 거리를 비행해 대만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자식 개체가 부모 개체로부터 특정한 이동 경로를 교육받거나 학습하는 게 아니라 겨울나기를 위한 장거리 이동에 특화된 경로를 스스로 익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이유로 이들이 따로 이동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이번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새들은 모두 수컷으로, '어미 새'가 빠졌다. 추후 부모 개체와 자식 개체를 추가로 연구하면 더 정확한 데이터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어새는 현재 전 세계에 3천940여 마리만 생존하고 있다.

연구원은 저어새가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복원하는 한편, 이들이 겨울을 나는 중국이나 대만 지역에 조사단을 보내 실태 파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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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 칠산도 내 번식지 전경
[국립문화재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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