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란은 UAE(아랍에미리트)의 적'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주한 이란대사관이 18일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이었다”는 전날 우리 외교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란 측이 공개 입장 표명을 촉구하면서 외교적 파장이 쉽게 잦아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한이란대사관은 이날 입장문에서 “UAE는 이란의 두 번째 교역국”이라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지역 국가들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역사적이고 우호적이고 전방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몇 달 동안에도 이란의 두 번째 경제교역 상대국인 UAE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란이슬람공화국은 페르시아만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국가로 언제나 이 지역 국가들과의 공동 노력과 협력을 통해 지역의 안정과 안보, 그리고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선박이 자주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이란은 2년 전 페르시아만 환경오염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공해상을 운항하던 우리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해 석 달간 억류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우리가 이란에 물어야 할 석유대금 70억 달러(약 8조3,800억 원)가 동결되면서 이를 받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UAE에 파병한 국군아크부대를 방문해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은,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자칫 UAE가 이란을 '적국'으로 여기고 있다고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에 이란 정부는 다음 날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우리 외교부는 17일 “대통령께서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고, 이란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이란도 우리 측의 진의에 대해 이해하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주한 이란대사관 입장 전문
- 이란이슬람공화국은 페르시아만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국가로 언제나 이 지역 국가들과의 공동의 노력과 협력을 통해 지역의 안정과 안보 그리고 발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 이에 따라, 이란이슬람공화국은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지역 국가들과의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역사적이고 우호적이며, 전방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달 동안에도 이 지역 국가들과의 우호적인 관계 발전, 특히 이란의 두 번째 경제 교역 상대국인 아랍에미리트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 공공외교담당관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