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군인들도 피해자" 용서와 화해로 쓰는 5·18 새 역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18 단체장들, 진압작전 중 사망한 특전사 묘소 첫 참배

특전사동지회, 내달 19일 5·18 민주묘지 참배 추진

연합뉴스

'용서와 화해의 첫걸음' 5·18 단체 계엄군 묘역 첫 참배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5·18 공법단체 관계자들이 5·18 당시 숨진 특전사와 경찰관 묘역 참배에 나선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사병 묘역에서 홍순백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상임부회장(앞줄 왼쪽부터), 정성국 5·18 공로자회 회장,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 분향을 마친 뒤 묵념하고 있다. 2023.1.17 superdoo82@yna.co.kr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5·18 단체가 43년 만에 용서와 화해의 첫발을 내디뎠다.

5·18 진압 작전에 투입됐다가 숨진 특전사(공수부대) 대원들의 묘소를 처음으로 공식 참배한 것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5·18 피해 당사자들이 모인 3개 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대표는 17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계엄군 묘소를 참배했다.

피해자 단체가 가해 당사자의 묘소를 공식 참배한 것은 5·18 민주화운동 역사상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들의 참배는 40년 넘게 적개심으로 대했던 공수부대원들에 대한 용서의 의미가 담겼다.

5월 항쟁 당시 광주 진압 작전에 투입된 3·7·11공수부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잔혹한 진압 행위로 악명을 떨쳤다.

시위와 전혀 관련 없는 민간인 학살까지 자행되며 10일간의 5·18 항쟁 기간 시민 166명이 숨졌다.

이들이 자신의 부모와 형제, 자녀, 친구를 앗아간 군인들에게 분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진압 작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특전사라는 이름은 광주에서 모조리 배척돼 왔다.

2016년 국가보훈처가 6·25 전쟁 66주년을 기념해 옛 전남도청 앞에서 호국보훈 퍼레이드를 하려다가 진압군이었던 11공수부대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5·18 단체가 강하게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광주 퍼레이드 행사는 취소됐다.

5·18 피해자들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은 당시 특전사 대원들 역시 군사정권의 피해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군인의 신분으로 진압 작전에 참여했다가 40년 넘게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호소가 5·18 단체에 와닿았다.

연합뉴스

용서와 화해의 눈물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5·18 공법단체 관계자들이 5·18 당시 숨진 특전사와 경찰관 묘역 참배에 나선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사병 묘역에서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오른쪽)이 헌화를 마친 뒤 묘비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1.17 superdoo82@yna.co.kr


황일봉 5·18 부상자회장은 참배 직후 "군인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을 수밖에 없는 특수한 신분이었다"며 "현실을 냉혹하게 보면 (군인과 5·18유공자) 둘 다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비극을 연장할 것이냐"며 "이제는 화해하고, 상처받은 부모·형제들이 모두 위로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활동이 종료되는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 활동도 용서와 화해로 가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 공수부대원들은 저격수 동원 증언이나, 암(가)매장 지시·목격·이행 증언 등으로 숨겨진 진실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까지 전한 이들은 5·18 조사위원회의 주선으로 가족을 잃은 5월 어머니들과 눈물의 만남을 갖기도 했다.

당시 오월어머니들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어야 했던 군인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며 "당신들 역시 피해자"라며 위로했고, 진압군 출신 인사도 "사죄를 하고 싶어도 괜한 말을 해서 폐를 끼치지는 않을지, 용서를 받을 수는 있을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5·18 단체는 이제 반목의 역사를 청산하고 용서와 화합을 준비하고 있다.

특전사 묘소 참배를 계기로 내달 19일에는 전국 특전사 출신 인사들을 광주로 초청해 5·18 민주묘지를 함께 참배한다는 계획이다.

이 자리를 전후로 용서와 화해를 선언하는 공동성명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5·18 단체는 이와 별개로, 발포명령자 등 5·18의 책임자·군 수뇌부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단죄는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성국 5·18 공로자회장은 "국가의 명령을 받고 작전한 병사들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면서도 "사죄하지 않은 전두환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용서하고 그들과 화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용서와 화해' 새 시대를 위해 한 자리에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5·18 공법단체 관계자들 및 특전사동지회 관계자 등이 1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서 참배를 마친 뒤 현충문으로 향하고 있다. 2023.1.17 superdoo82@yna.co.kr


in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