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 드러내고 정치권서도 논란
외교부 "이란과 지속적 관계 발전 의지 확고"…서울·테헤란 외교채널로도 설명
UAE 파병 아크부대 장병 격려하는 윤석열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이란 측이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외교부가 진화에 나섰다.
외교 당국은 17일 '장병 격려 차원'의 발언이었다며 거듭 해명에 나서고 이런 입장을 이란 측에 설명하는 등 행여 대(對)이란 관계에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지 경계하는 분위기다.
UAE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현지에 파병된 국군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면서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며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도 했다.
그러자 이란의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최근 입장, 특히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칸아니 대변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걸프국가들의 역사적이며 친밀한 관계를 전혀 알지 못한 발언이라고도 비판하고,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기다린다 했다.
이에 외교부는 출입기자단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하다"며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이란 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라 "UAE에서의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우리나라는 1962년 수교 이래 이란과 오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온 바,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서울과 테헤란 양측의 외교 채널을 통해 이란 측에 이런 입장을 따로 설명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이란 측에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며 "(이란도) 일단 저희 설명을 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이란 측과 외교채널로 오간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함구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이 먼저 설명을 요구했는지, 항의했는지 등에 대한 잇단 질문에 "항의라기보다 서로 소통하고 있다", "충분히 서로 소통하고 이란 측도 우리 진의와 배경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한국 정부는 칸아니 대변인의 발언 이전에도 이란 측에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등에서는 이번 발언이 한국과 이란 관계에 불필요한 오해나 부정적 영향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란은 제재 이전까지 한국의 중동 내 주요 교역상대국이었고 원화 동결자금 문제 등 양국 간에 관리해야 할 현안도 있다.
70억 달러 상당으로 알려진 한국 내 동결자금은 제재로 인한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 가운데 최대 규모여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석유 교역을 재개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중요 관심사였다.
아울러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은 중동 역학 구도상 대립하는 요소가 있긴 하지만 주요 교역 파트너로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엮인 양국의 실제 관계에 맞지 않는 표현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교부는 '2023 UAE 개황' 책자에서 UAE의 대이란 관계에 대해 "3개 도서 영유권 분쟁 등으로 이란을 최대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실리적인 경제 관계를 구축하며 양국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중"이라고 기술했다.
UAE는 2016년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유력 성직자에 대한 사형 집행에 반발한 것을 계기로 외교관계 수준을 대리대사(공사)급으로 낮췄지만, 지난해 8월 6년여 만에 대사를 파견하는 등 회복 국면에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UAE의 적이 이란'이라고 말한 데 대해 UAE 측 문제 제기는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UAE측에서 제기한 사항은 없었고 우리측 발언의 진의에 대해서는 UAE측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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