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프랑스의 해양생물학자가 지중해에서 채취한 바닷물 시료에 든 미세플라스틱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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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탁이 세탁기를 쓰는 것보다 미세플라스틱을 적게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21세기에 모든 빨래를 손세탁할 수 있느냐다.
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 고민을 안겨주는 셈이다.
중국 항저우 전자과기대학과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연구팀은 세탁기를 사용했을 때와 손세탁을 했을 때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숫자와 양을 비교한 논문을 '환경 과학기술-물(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Water)' 저널에 최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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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배출 35%가 세탁에서
합성섬유 제품 세탁 과정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전체 해양 유입 미세플라스틱의 35%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21년 3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우드에 있는 가전제품 판매점에 세탁기가 전시돼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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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합성섬유 제품을 세탁할 때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섬유(MPF)는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공급원 중 하나"라며 "전 세계 해양으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최대 35%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5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배출하는 1차 미세플라스틱이 73만7290톤에 이르고, 이 가운데 37.15%가 합성섬유에서 나온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또, 중국 전체 1차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12만 톤 이상이 수계로 흘러든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처음부터 5㎜ 이하의 작은 크기로 배출되는 플라스틱을, 2차 미세플라스틱은 큰 플라스틱이 자연계에서 작게 쪼개진 것을 말한다.
이런 데이터가 세탁기를 사용한 실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알기 위해서는 손세탁에 대한 실험도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손세탁이 남아있고, 중국도 아직 손세탁 비율이 37%에 이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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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손세탁의 12.8배 배출
세탁 과정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연구 방법.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Water,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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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100% 폴리에스터로 된 직물과 95% 폴리에스터-5% 스판덱스 혼방으로 된 직물 두 가지를 가로세로 15㎝ 크기로 잘라 실험에 사용했다.
손세탁은 액체 세제를 L당 1,5g 농도로 푼 물에 20분 동안 담근 후 나무 빨래판에서 분당 18회씩 5분 동안 문질렀다.
또, 거품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헹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비눗물과 헹군 물, 빨래판을 씻어낸 물까지 포함해 세탁 때 나온 모든 물을 여과해서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파악했다.
실험에 사용한 세탁기는 중국 젊은 층이 선호하는 소형 세탁기였고, 5분 동안 세탁한 후 2회 헹구는 코스를 이용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100% 폴리에스터 직물 시료 1조각당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의 평균 숫자는 손세탁이 1853개, 세탁기가 2만3723개였다.
배출된 미세플라스틱 평균 질량은 직물 1㎏당 손세탁이 37.84㎎, 세탁기가 222.84㎎이었다.
세탁기를 사용하면 손세탁보다 개수로는 12.8배, 질량으로는 5.9배의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했다.
마찬가지로 혼방 직물의 경우 세탁기 세탁에서는 직물 1조각당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2만8672개, 섬유 1㎏당 224.29㎎이 배출됐다.
혼방 직물을 손세탁했을 때 방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은 조각 1개당 평균 2240개, 섬유 1㎏당 38.09㎎이었다.
혼방 직물의 경우도 세탁기가 개수로는 12.8배, 질량으로는 5.9배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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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짧아져 더 위험
국립해양과학원 연구진이 현미경을 통해 관찰되는 미세플라스틱 이미지를 분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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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세탁기 사용 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섬유의 길이가 짧은 경향이 있다"며 "좀 더 가혹한 조건에서 세탁이 진행되는 탓에 섬유가 끊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세탁기를 사용하면 더 짧은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배출되기 때문에 환경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세탁을 반복하면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도 점차 줄어들다가 배출량이 안정화한다.
세탁기 사용 시에는 6~8회 정도 반복 세탁한 후에는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이 직물 조각당 1만1000개, 직물 1㎏당 110㎎ 수준으로 안정화했다.
손빨래의 경우도 4~6회 반복 세탁하면 처음보다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했다.
반복적인 세탁 횟수에 따른 미세플라스틱 배출량. 빨간색 마크는 세탁기를 사용했을 때, 검은색 마크는 손세탁의 경우다. 세탁기를 사용하면 지속해서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게 된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Water,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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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세제를 L당 1.5g보다 많이 사용하거나, 물에 미리 담그는 시간이 20분을 초과할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배출된다고 주장했다.
또, 손세탁할 때 빨래판 사용을 사용하면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나오지만, 세탁기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물의 온도, 세제 유형(고체 또는 액체), 사용된 물의 양은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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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에 필터 부착해야
2019년 11월 그리스 아테네 인근 그리스 해양연구센터에서 한 생물학자가 해양생물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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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 배출량 숫자를 제시하면서 은연중에 손세탁이 세탁기 사용보다 '환경친화적'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했다.
문제는 이미 세탁기가 널리 보급된 상황에서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세탁기 사용을 피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직물·의류 제품의 재질 개선이나 대체, 세탁기 구조·성능 향상, 하수처리장 시설 개선 등에서 각 분야에서 종합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빨래 횟수를 줄이고, 강제 탈수 대신 건조대·빨랫줄을 이용한다면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또, 세탁기에 필터를 달거나 세탁 때 '플라스틱 공'을 함께 돌려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탁기 내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도록 고안된 '플라스틱 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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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에 부착해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는 필터의 예 |
프랑스는 2025년부터 새로 판매되는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부착하도록 지난 2000년 의무화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해양‧대기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을 지난가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 개정안에는 "전기·전자제품과 자동차 제조·수입업자는 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유해물질을 줄이기 위해 환경부 장관과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동으로 고시하는 재질·구조 개선에 관한 지침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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