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시스템 초도분 4기 올해 중반에나 전달"
기술적 성숙도·비용 문제로 포괄적 드론 대응 어려워
격추된 이란제 무인기 |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된 자폭드론(무인기)을 차단할 효과적인 수단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8월 미국 방산업체 L3해리스의 드론 요격체계 '뱀파이어'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실제 계약은 지난달에 이뤄지는 등 도입 속도가 더디다.
규모도 제한적이어서, 이번 계약으로 공급되는 뱀파이어 시스템은 4천만달러(약 500억원) 상당에 그친다.
WSJ은 뱀파이어 시스템 초기 도입분 4기가 올해 중반에나 전달되고 연말까지 또 다른 10기가 현지에 도착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규모의 드론 요격시스템을 신속하게 배치해 효과적인 방어책을 갖추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번 계약으로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해군부 지원 연구기관인 해군분석센터(CNA)의 드론 전문가 샘 벤데트는 "우크라이나에는 이런 드론 대응체계가 전체 전선에 걸쳐 광범위하게 배치돼야 한다"며 "대도시와 대규모 군사시설, 군 기지, 주요 기반시설 주변에만 수백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뱀파이어 시스템은 고해상도 감지기로 드론을 추적해 레이저 유도탄으로 타격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상용 픽업트럭 짐칸에 실리는 크기로 만들어졌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부터 이란제 자폭드론 '샤헤드-136'으로 우크라이나 군사거점과 발전소 등 기반시설, 민간 건물 등을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대공·공대공 미사일과 대공포, 휴대용 방공 미사일(MANPADS), 첨단 지대공미사일 '나삼스'(NASAMS) 등으로 드론을 격추해왔으나 아직 포괄적인 방어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샤헤드 드론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무기라는 점도 방어 체계 마련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샤헤드-136은 주로 상용 부품으로 만들어졌으며 운용자와의 교신 없이도 미리 입력된 GPS좌표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벤데트 CNA 연구원은 "샤헤드는 자폭드론의 문턱을 낮춰 싼값에 소모품처럼 쓸 수 있게 했다"며 "공격에 드는 비용보다 방어에 드는 비용이 클 경우 방어하는 쪽이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전략 컨설팅 회사 레드식스 솔루션의 스콧 크리노 대표는 그간 미국에서 개발된 드론 대응체계는 주로 레이저나 고출력 극초단파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작은 드론을 막아내는 방식이며, 실전에서 샤헤드 드론에 대응할만한 수준의 기술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드론으로 보내지는 전파 신호를 방해하거나 위성항법 시스템을 방해하는 '전자전' 방식도 거론됐으나 샤헤드에는 전파방해 방지 안테나가 달려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방식의 드론 대응체계를 찾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미국 국방부의 무인군사시스템 관련 연구부문을 총괄하는 리처드 애스트는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방어할 해법이 있는지 업계 기술을 살피고 있다며 "다수 드론을 전폭적으로 물리치는 것보다는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크리노 대표도 업계에서 몇몇 새로운 드론 대응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면서 "그중에는 뱀파이어처럼 드론을 직접 요격하기보다는 드론 근처에서 산탄총처럼 폭발하는 방식도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업계에서는 샤헤드 드론처럼 비교적 큰 무인기를 식별할 수 있도록 기존에 개발된 레이더를 최적화하거나, 그물로 무인기를 막아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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