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승자독식 선거제도는 개발도상국 때나 유용한 것”이라며 “다양해진 경제사회적 주체의 목소리를 담아야 하는 현대 사회에선 대타협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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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서 ‘준(準)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앞장섰던 김 의원은 지난해부터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 등과 함께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을 구성해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그는 “국민은 사실상 정치 전체를 탄핵했다”며 “정치권 전체가 몸부림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극심한 여야 정쟁에 정치가 실종됐다는 말이 나온다.
A : “우리 정치는 구한말 직전에 와 있다. 당시 개화파도, 위정척사파도 나름대로 옳은 이야기를 했지만 이걸 하나로 모아낼 리더십이 없었다. 지금 한국 정치가 그런 위기 상황이다.”
Q : 양 진영의 열기는 뜨겁다.
A : “저쪽이 미워서 이쪽을 지지하는 거지, 어느 진영을 신뢰해서 지지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한편은 윤석열 정부 공격만, 다른 편은 이재명 대표 공격에만 손뼉을 친다. 이런 정치로는 저출산과 양극화, 지방소멸 같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타협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Q : 정치인이 잘하면 되는 것 아닌가.
A : “지금은 누가 와도 상대만 공격하면 된다. 선거에서 1등만 뽑으니깐, 남을 끌어내리기만 해도 된다. 아무리 영어에서 회화가 중요하다고 떠들어도, 시험에 문법이 나오면 다들 문법 공부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제도가 중요하다. 정치인 개개인 결단만으로 바꿀 순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12월 국회에 보낸 정치개혁 서한을 통해 ‘지금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며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제 가운데 어떤 안이 되든 승자독식을 타파하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며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이 그대로 서한에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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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20대 국회에서 선거법을 바꿨지만, 결국 위성정당 사태로 끝났다.
A : “당시 정치개혁특위 민주당 간사로서 ‘괴물 선거법’이 나오게 된 데 책임을 통감한다. 정개특위가 당초 통과시킨 안(당시 자유한국당은 극렬 반대)은 그게 아니었다. 지역구 225석과 비례 75석으로 소수정당과 영·호남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으려 했다. 그런데 본회의에서 수정되면서 위성정당 선거법으로 바뀌었다.”
Q : 왜 그렇게 됐나.
A : “지역구 의석을 하나도 줄일 수 없다는 욕심이 기형적인 제도를 만들었다. (※최종 통과된 선거법은 지역구 253석, 비례 47석으로, 지역구 숫자를 하나도 줄이지 않음) 저는 내심 최종안을 반대했으나, 협상 책임자였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반대할 용기가 없었다. 지나고보니 목소리는 냈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Q : 이번엔 어떤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나.
A : “개인적으로는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려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는 게 좋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선거제도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2~4인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했다.
A : “중대선거구제도 3인 이상이라면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다만 2인을 뽑는 선거구제는 그야말로 양당독식 제도다.”
Q : 이번엔 제대로 바꿀 수 있을까.
A : “정치 전체가 망가지는데 개인의 득실이나 정당의 유불리 따져봐야 뭐 하겠나. 우리 정치가 현재 낭떠러지 끝에 서 있다는 데엔 여야 의원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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