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7일 오전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2021년 1월 초대 공수처장으로 부임한 김 처장은 2024년 1월 임기가 끝난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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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최근 시무식(始務式)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눈물을 흘렸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김 처장은 2021년 1월 공수처 출범과 동시에 초대 처장으로 부임한 뒤 2년가량 동안 조직의 기틀을 잡는 과정에서 온갖 논란에 휩싸이며 속앓이를 했다. 수사력이 떨어지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김 처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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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왜 나치에 처형당한 본회퍼 목사 시·노래 소개했나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진욱 처장은 지난 2일 시무식을 열고 발언을 하던 도중 고(故)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시 선한 능력으로를 소개했다. 본회퍼 목사는 독일 히틀러 정권 아래서 반(反)나치 운동을 펼친 인물로, 히틀러 암살계획을 세웠다가 실패한 뒤 1945년 처형당했다.
본회퍼 목사가 처형되기 직전 옥중에서 쓴 시가 바로 선한 능력으로다. 시의 초반부에는 “선한 능력에 언제나 고요하게 둘러싸여서 보호받고 위로받는 이 놀라움 속에 여러분과 함께 오늘을 살기 원하고 그리고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길 원합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독일의 목사이자 신학자인 디트리히 본회퍼.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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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처장은 이어 시를 기반으로 한 찬송가 주 선한 능력으로를 불렀다. 독일 음악가 지그프리트 피에츠가 만든 곡이다. 김 처장은 노래를 부르다 꺽꺽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공수처 구성원 대부분은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다. 김 처장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선 시무식이 끝나고 응원하는 내용의 e메일을 잇따라 김 처장에게 전송했다고 한다. 반면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보기엔 부담스럽다”는 반발도 나왔다. 일각에선 “공수처 폐지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과 공수처의 경쟁 수사기관인 검찰을 나치에 비유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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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임기 마지막 해…단합·정의 강조하다 울컥한 듯”
김 처장은 구체적인 배경을 묻는 중앙일보 취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공수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김 처장이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인데, 구성원들에게 단합된 마음이나 정의로운 마음을 강조하다 울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동안 핍박을 받아서 울부짖은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처장은 시무식 다음 날인 3일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전선 열두 척으로 적과 싸운 이순신 장군의 정신으로 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신년사에선 “국민 눈에 다소 굼뜨게 보일 수 있으나 소처럼 뚝심 있게 꾸준히 일하면서 호랑이처럼 집요하게 정의 구현이라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라며 “머지 않은 장래에 국민의 기대를 발판으로 도약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이달 19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새해 비전을 밝힐 예정이다.
■ 시 선한 능력으로
선한 능력에 언제나 고요하게 둘러싸여서
보호받고 위로받는 이 놀라움 속에
여러분과 함께 오늘을 살기 원하고
그리고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기 원합니다.
옛것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어두운 날들의 무거운 짐은
여전히 우리를 누르지만,
오! 주님, 내몰려 버린 우리의 영혼에게 주님께서 예비하신 구원을 주옵소서!
주님께서 쓰라리고 무거운 고통의 잔을
가득 채워 저희에게 주셨으므로
저희는 선하고 사랑스러운 손으로부터
떨림 없이 감사함으로 받습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저희에게
이 세상에서 기쁨과 빛나는 햇빛을
주기 원하십니다.
그러기에 저희는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며
저희의 생명을 온전히 주님께 맡깁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어두움을 밝히신 촛불은
오늘도 밝고 따뜻하게 타오르게 해 주십시오.
우리가 다시 하나 되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는 압니다.
당신의 빛이 밤을 비추고 있음을.
이제 저희 주변 깊은 곳에 고요가 편만할 때
저희 주변을 보이지 않게 에워싼 세상에
온전히 울려 퍼지는 소리를
저희들로 하여금 듣게 하옵소서.
주님의 모든 자녀들이
소리 높여 부르는 찬양을.
선한 능력에 우리는 너무 잘 보호받고 있으며
믿음으로 일어날 일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밤이나 아침이나
우리 곁에 계십니다.
또한 매일의 새로운 날에 함께 하십니다.
김민중·박현준·허정원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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