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분노, 정치권·교육계 강력 비판…일부 책임론 제기
5·18 민주묘지 |
(서울·광주=연합뉴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운동' 용어를 제외한 것을 두고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5·18 단체는 물론 정치권과 교육계,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에서 일제히 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확정 전 행정예고 등으로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 있었는데도 교육당국과 정치권이 이를 소홀히 했다는 책임론도 나온다.
◇ 교육과정에 '5·18' 삭제, 논란 촉발
논란은 교육부가 개정 고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운동' 표현이 사라진 사실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서 집필 등 향후 교육 현장에서 방향타 역할을 하는 기준점이 된다.
2004년 제7차 사회과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운동이 '내용 요소'로 처음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마련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5·18 민주화 운동은 총 7회 기술됐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아 5·18이 교과서에서 삭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이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부터 2025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에 적용된다.
교육부는 "정책 연구진이 5·18 내용을 학습 요소에서 생략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서술을 최소화한 것뿐"이라고 의도적인 삭제 논란에 선을 그었다.
이어 교과서 집필 기준이 되는 '편찬 준거'에 명시해 5·18 민주화운동이 검정교과서에 수록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 야당 중심 정치권 '맹폭'…여당은 "문 정권 때 결정"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야당과 지역 정치권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맹공을 펼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노골적으로 5·18 민주화운동 지우기에 나섰다"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답변하는 이재명 대표 |
이어 "이미 이 정권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이야기한 인사를 진실화해위원장으로 임명해 광주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일이 있다"며 "이제 한발 더 나아가 학교에서 5·18을 지우려 든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 55명 등 야당 국회의원 58명도 기자회견을 열어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개정 교육과정과 교과서 작업에 5·18 민주화운동을 최대한 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주의의 역사는 퇴색할 것이고 국민은 또다시 분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광주시의회와 정의당 광주시당, 무소속 광주 기초의원단도 규탄 성명을 잇달아 내놨다.
반면 국민의힘은 "5·18이 생략된 것은 문재인 정권 시기에 결정된 것"이라며 "민주당은 정략적으로 사실관계를 호도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학생들의 건전한 역사관 형성을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교육과정이 유지돼야 한다"면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역사와 관련된 그 어떤 편향과 왜곡도 발생하지 않도록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월 단체, 2022 개정 교육과정 철회 촉구 |
◇ 5·18 단체 등 광주 민심 부글부글…책임론도 제기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제외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당장 5·18 당사자들이 모인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들불처럼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5·18 기념재단과 함께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교육부와 윤석열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앞선 교육과정처럼 5·18 민주화운동을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 오월광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5·18을 지워냄으로써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한 부분을 지워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관련 내용을 원상회복해 줄 것을 촉구하는 입장을 각각 내기도 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과 김대중 전남도교육감도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5·18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사실"이라며 "개정 교육과정에 5·18민주화운동을 다시 명시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누락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확정되기 전 의견 개진 과정 등이 있었는데도 교육계와 정치권이 제때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뒷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책임론도 나온다.
5·18 묘지에 놓인 꽃 |
(김재선 한주홍 김연정 형민우 박철홍 차지욱 천정인 기자)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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