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EU 의장국 된 스웨덴 "과제 산적에 부담"...EU는 "극우 바람 불까 불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웨덴, 전쟁 등 고차방정식 해결 '부담'
EU, '극우화' 스웨덴 정치 지형에 '우려'

한국일보

울프 크리스테르손(왼쪽) 스웨덴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10월 20일 EU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고 있다. 스웨덴은 올해 1월 1일부터 EU 이사회 순환의장국을 맡는다. 브뤼셀=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웨덴이 13년 만에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EU) 이사회 순환 의장국이 됐으나, 고조되는 역내 안보 위기와 물가 상승 등 당면한 여러 문제로 잔뜩 긴장하고 있다. 순환 의장국은 EU 내에서 의제를 설정·조율하고, 협상 및 타협을 이끌어내는 역할로, 27개 회원국이 돌아가며 6개월씩 맡는다.

스웨덴을 의장국으로 맞이하는 EU의 시선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극우화한 스웨덴 내 정치 지형이 EU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스웨덴에선 극우 정당 스웨덴민주당이 지난 9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원내 2정당으로 우뚝 섰다.
한국일보

유럽연합(EU) 홈페이지에 게시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연설. 그는 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속에서 의장국을 맡게 됐다고 토로했다. EU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차 대전 후 가장 위기"… 어깨 무거운 스웨덴


스웨덴은 이달 1일부로 전임 체코로부터 순환 의장국 자리를 넘겨받았다. 스웨덴이 상반기 동안 주재하게 될 크고 작은 회의는 1,500번 정도로 예상된다. 순환보직이기는 하지만, 의장국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스웨덴이 풀어야 하는 EU의 최대 숙제는 역내 안보 불안 최소화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최근 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속에서 의장국을 맡게 됐다"고 부담감을 드러냈다.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안보 이슈는 EU 내에서 더욱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스웨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EU 차원의 연대를 더욱 확고히 하는 한편, EU 후보국 지위인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은 'EU의 경쟁력 회복'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특히 반도체·광물·에너지 등 핵심 자원에 대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EU의 개방성이 러시아∙중국 등에 대한 일방적 의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유럽 자동차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대응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당장은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한 중국발 여행객을 EU가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해야 한다. 스웨덴은 4일 관련 회의를 소집했다.
한국일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 앞에서 휘날리는 EU 국기들. 브뤼셀=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극우 영향력 커지면 어쩌나"… EU도 예의주시


EU에서는 의장국 스웨덴에 불어닥친 극우 바람이 EU로 옮겨붙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극우인 스웨덴민주당은 연립정부에 합류하지 않지만, 높은 국민적 지지와 의석수를 바탕으로 정부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EU 내부에서는 스웨덴이 의장국으로서 각종 회의와 협상을 주재할 때 스웨덴민주당이 자신들의 입김을 불어넣으려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민주당이 이민∙난민을 노골적으로 반대해 왔다는 점에 EU는 주목하고 있다. 아프리카 등에서 역내로 들어오는 난민 관리 방안을 도출하려면 의장국 의지가 중요한데, 아무래도 스웨덴이 소극적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민 문제의 돌파구를 찾으리라는 희망은 사라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스웨덴민주당이 EU에 회의적이라는 점도 EU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임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는 스웨덴과 EU의 관계를 "자해 행위"라고 공공연히 말해 온 대표적인 'EU 회의론자'다.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