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언론 인터뷰 "중대선거구제로 대표성 강화…지역 특성따라 고려"
金의장 "총선 1년전 4월까지 법 개정해야"…대통령·의장, 물밑교감 관측도
정개특위 심사 본격화…총선 코앞 '룰 변경'·현역 반발 관측에 회의적 시각도
지난해 10월 김진표 국회의장과 환담하는 윤석열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한지훈 안채원 기자 =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도 여야에 오는 4월까지 선거법을 개정해달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입법부 수장이 나란히 중대선거구제를 새해 화두로 띄운 만큼 해당 논의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법안 심사와 맞물려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무위원들과 떡국 조찬하며 덕담 나누는 윤 대통령 |
윤 대통령은 2일 공개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선거구를 중대선거구제로 하기보다는 지역 특성에 따라 한 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 지역구에서 2∼3인의 대표를 뽑는 방식이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는 1개 지역구에서 1인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다.
선거제 개혁을 통한 대표성 강화는 윤 대통령의 평소 지론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지난번 국회의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법과 정당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며 "그 연장선의 얘기"라고 설명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야가 선거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시기나 방향을 정할 수 없다"며 "장기적인 구상의 공을 국회에 던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현충원 참배하는 김진표 국회의장과 의장단, 상임위원장단 |
이에 앞서 김 의장은 지난달 26일 여야 정개특위 위원들을 의장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하면서 "총선 1년 전인 2023년 4월(법정기한)까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각 당에 2월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룰을 바꾸는 선거법 개정은 여야 간 합의가 쉽지 않은 만큼 아예 국회의원 전원(299명)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자는 특단의 구상이다.
수정안 제출 권한이 있는 전원위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만 있으면 하루 2시간씩 이틀 내로 열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전원위는 2003년과 2004년 '이라크파견 연장동의안' 논의 당시 이후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며 "중대선거구제가 평소 지론이었던 김 의장으로선 굉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
당장 공은 국회 정개특위로 넘어온 가운데, 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대체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특위 내 정치관계법 심사소위는 최근 관련 법안들을 일독한 상태로, 오는 10일께부터는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특위 정치관계법 심사소위원장인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은 이미 대선 경선 때부터 중대선거구제 필요성을 강조했고, 당 지도부도 같은 생각으로 안다"며 "선거구제 개편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전재수 의원도 "소선거구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망국적 제도라고 보고 있다"며 "의장 주문대로 2월 안으로는 여당안과 야당안을 만들어서 3월에는 두 안을 갖고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 의원은 의장이 제안한 전원위와 관련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토론해야 한다"며 힘을 싣기도 했다.
특위는 2월에는 전국을 돌며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의원들 지역구인 영·호남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아울러 청년 정치인 모임인 '정치개혁 2050' 등 여야가 두루 참여한 여타 회의체들도 소선거구제 폐지에 군불을 때며 외곽 지원하고 있다.
소선거구제 폐지 촉구 기자회견 |
다만 선거법 개정 시한이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데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총선 때마다 여야의 '정치적 구호'에 그쳤다는 점에서 비관적 시각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소선거구제로 당선된 일부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데다 선거구 획정·비례대표 의원 정수·연동형 비례제 폐지 등 여러 사안이 맞물린 만큼 여야가 끝내 합의에 이를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여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언급을 '원론적 차원'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면적인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아니라 지역별로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를 섞을 필요가 있다는 것 아닌가"라며 "중대선거구제라는 표현보다, 지역별로 최대 2인을 뽑도록 하는 제도 정도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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