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이어 1일에도 러 드론·미사일 퍼부어…키이우 등 공습 경보
전시 통금령에 집에서 새해맞이…젤렌스키 "어떤 것도 내주지 않겠다"
1일 공습 경보 속 조명 뒤덮인 키이우 하늘 |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1일(현지시간) 무더기 드론 공습으로 암울한 새해 첫날을 보냈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는 주민들이 전시 통금령에 따라 집에 머물며 새해 첫날을 축하했으나 자정이 지나자마자 공습경보에 이어 자폭 드론 공격이 뒤따르면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일부 주민은 창밖으로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소리치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새해를 환영하는 불꽃놀이 대신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이 우크라이나 공군에 격추되면서 발생하는 섬광을 지켜본 밤이었다고 말한 주민도 있었다.
키이우에서는 이날에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으나 다른 곳에 쏟아진 드론과 미사일 공습으로 최소 3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이날 격추했다고 밝힌 러시아발 드론은 45대에 달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연설에서 "그들은 우리 독립을 빼앗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것도 내주지 않겠다"며 새해에도 러시아에 맞서 싸우겠다는 전의를 천명했다.
이날 공원에 나온 한 주민은 "군인들이 가족과 함께 있지 못하는 때라 새해 첫날을 마냥 축하할 수만은 없다"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처럼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키이우 경찰은 운동장에 떨어진 드론 잔해에 러시아어 손글씨로 '해피 뉴 이어'라고 적힌 게 포착됐다며 텔레그램에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경찰은 그러면서 "전쟁터가 아닌 아이들 놀이터에 드론이 떨어졌다"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최전선에서도 참담한 사연이 이어졌다.
자원입대했다는 49살 남성은 남부 드니프로에서 싸우던 아들이 뇌손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는 중이라면서 "지금은 너무나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키이우 떨어진 드론 잔해에 러시아어로 '해피뉴이어' 손글씨" |
러시아 국방부는 작년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에도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시설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무차별 폭격 직후에 방송된 신년사에서 이번 전쟁에 대해 "도덕적, 역사적 정당성은 러시아에 있다"며 9분에 달하는 연설을 이어갔다.
한편 키이우에서 47세 주민이 새해 첫날을 앞두고 불꽃놀이를 했다가 최장 징역 5년 형에 처할 상황에 놓였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키이우 당국은 이 주민이 전시 불꽃놀이 금지령을 어겨 이러한 처벌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불꽃놀이 직후 키이우에는 러시아 드론 공격을 알리는 공습경보가 울렸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31일 폭격당한 키이우 민가 |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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