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미사 끝난 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에 안장
교황청 "생전 뜻에 따라 간단하게 치러질 것…伊·독일 대표단만 참석"
2014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모습 |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근대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교황이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주례한다.
교황청은 내년 1월 5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 미사를 프란치스코 현 교황이 직접 주례한다고 31일 밝혔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특별 브리핑에서 "내년 1월 5일 오전 9시 30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장례 미사가 열릴 예정"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례 미사를 주례한다"고 말했다.
장례 미사 뒤 베네딕토 16세의 관은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로 운구돼 안장된다고 브루니 대변인은 전했다. 이곳에는 역대 교황 90명 이상이 안치돼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020년 언론 인터뷰에서 선종 시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가 안치됐던 묘역에서 영면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곳은 2011년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과 함께 그의 시신이 같은 지하 묘지의 위층으로 이장해 현재는 비어 있다.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이날 오전 9시 34분 바티칸에서 95세로 선종했다.
브루니 대변인은 베네딕토 16세의 생전 뜻에 따라 장례 미사는 "엄숙하지만 간단하게 치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을 1월 2일 오전 9시부터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사흘간 공개 안치해 신자들이 마지막 경의를 바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은 그가 교황직 사임 이후 지내온 바티칸의 한 수도원에 안치된다. 이 기간 이 수도원을 공식 방문하거나 이곳에서 공개 기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현직 교황 선종 시에는 자세한 장례 절차가 규정돼 있지만, 전직 교황 선종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종신직으로 굳어진 교황직을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물러난 경우 자체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재임 8년 만인 2013년 2월 고령으로 인해 교황직을 더는 수행할 수 없게 됐다며 사임했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바티칸 역사상 598년 만이었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직에서 물러난 후 '명예 교황(Pope Emeritus)' 호칭을 받아 교황 시절 이름을 그대로 쓰고 교황의 전통적인 흰색 수단을 계속 착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임 중이기에 현직 교황 선종 시 규정된 장례 의전은 상당 부분 생략될 전망이다.
우선 새 교황을 뽑기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를 할 필요가 없다. '어부의 반지'로 불리는 교황의 인장반지를 파기하는 절차도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직에서 사임한 뒤 인장반지를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X'자를 반지에 새겨넣었다.
역대 교황의 장례 미사에는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교황청은 이탈리아와 독일 대표단만 장례 미사에 참석할 것이라 전했다.
독일은 베네딕토 16세의 모국으로, 로이터는 이에 대해 교황청이 차분하고 절제된 장례 미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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