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만 70여곳 스팩 청산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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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가 '도미노 청산'에 접어들었다. 투자자들이 스팩 상장으로 인한 수익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차라리 현금을 보유하는 편을 택하면서 팬데믹 이후 뉴욕증시를 달궜던 스팩 붐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다.
2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들어 70여곳의 스팩이 청산 절차를 밟고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관련 데이터 리서치 기관인 스팩 리서치에 따르면 올 12월 한 달간 이뤄진 청산 건수가 이전까지 벌어진 청산 건수보다 많다. 스팩 설립을 주도했던 곳들은 올 들어 청산 과정에서 11억 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규모 청산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게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고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스팩 상장으로 인해 큰 돈을 버는 대신 현금 보유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스팩의 경우 유효기간인 2년 내 피합병 기업을 찾지 못하면 해당 스팩은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청산 절차를 밟는 구조이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아쉬울 게 없다는 점이 청산 도미노를 가속화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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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주식 시장을 견인했던 기술주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내년 중 시행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일환으로 주식 환매 금액의 1% 연방세 도입을 앞두고 청산 절차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팩 합병을 발표했던 스타트업의 평균 기업 가치는 지난해 20억 달러 이상에서 4억 달러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다음 달 중 스팩 청산 손실이 20억 달러(약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 차샤스 메튜셀라 자문사 총괄은 "앞서 부를 창출하는 환상적인 수단으로 여겨졌던 스팩이 독이 든 성배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앞서 스팩 상장한 기업들이 올해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다른 기업들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현재도 400개의 스팩이 10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모집해 피인수합병을 진행할 기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스팩이 내년 상반기 중에 2년 유효기간이 마감될 것으로 보이면서 앞으로도 청산 절차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오레게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이 중 200개의 스팩이 청산되면 손실 금액은 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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