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의 한 은행에 대출 광고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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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기에 저소득층(소득 하위 20%)의 신용대출 잔액은 6% 감소했지만, 신용 심사가 없는 카드론 대출은 1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오른 탓에 저소득층이 넘어야 할 대출 심사의 문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오태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25일 공개한 보고서 ‘금리 상승에 따른 소득수준별 차주 상환능력 변화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저소득층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3770만원으로, 1년 전보다 약 364만원 줄었다. 신용대출 잔액은 35만원(6.0%),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54만원(7.8%) 감소했다.
오 연구위원은 일반 신용대출과 카드론 대출 잔액을 토대로, 저소득층의 대출 접근성이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저소득층의 일반 신용대출 잔액은 줄었지만 카드론 대출 잔액은 차주 1인당 평균 20만원(13.3%) 증가했다. 오 연구위원은 “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한 건 신용대출 한도가 감소하거나 대출 만기 갱신에 실패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은 금리가 오를수록 이자 부담이 커져 새로 빚을 내거나 연체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고, 이 때문에 신용점수가 하락할 수 있다.
오 연구위원은 이어 “별도의 심사가 없는 카드론 잔액이 증가했다는 건 저소득층의 대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소득층(소득 상위 20%) 차주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평균 138만원(2.1%) 늘었지만 신용대출은 199만원(5.0%) 감소하면서 총 대출잔액이 줄었다. 지난 9월 기준 고소득층의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1억52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약 76만원(0.5%) 축소됐다.
고소득층은 카드론 대출 잔액도 1년 사이 평균 14만원(7.0%) 감소했다. 빚 갚을 능력이 있는 고소득층은 금리가 올라 이자가 불어나자 신용대출, 카드론 등부터 서둘러 상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이 지속하면 저소득층 차주는 상환 부담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금융 접근성이 제한돼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의 영향이 소득 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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