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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스프] 10년 지나도 원금 이하? '연금저축보험'이 말하지 않는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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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보험 수익률, 확인해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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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저축보험, 말하지 않는 비밀은..

1. 연말이 되면 빨리 연금저축 들어서 소득공제 받으라는 광고가 쏟아집니다. 최강자는 보험입니다. 작년 말까지 연금저축에 총 160조 원이 모였는데, 그중에 70%인 112조 원이 보험에 몰렸습니다. 복리로 은행 이자보다 후하게 쳐준다 등등 광고와 영업을 워낙 공격적으로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솔깃해서 몰리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미 가입한 분들, 내가 부은 돈이 얼마로 불어나 있는지 들어가서 확인해 봤다가 깜짝 놀란 분들이 많습니다. 수익률이 생각과 많이 달라섭니다. 어떤 상품은 만들어지고 15년이 지났는데 지금 원금이 안 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보험사가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기 때문입니다.

2. 그 비밀의 핵심은 '사업비'입니다. 연금저축보험에 내가 10만 원을 보내면 대부분 보험사가 이 10만 원을 열심히 굴려서 나에게 돌려줄 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땡, 아닙니다. 내 돈 10만 원을 받자마자 수수료부터 뗍니다. 그게 사업비입니다.

가입할 때 들으신 기억들 거의 없으시죠? 저도 일부러 보험 설명회에 가본 적이 있는데, 좋다는 이야기만 하지, 끝까지 사업비의 '사' 자도 말을 안했습니다. 보험사 홈페이지에도 이 사업비 얘기는 없습니다. 이게 어디에 있냐면, 사인하고 나서 받는 두툼한 '약관' 있죠? 거기 어딘가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거 다 읽는 사람 없죠. 또 알고 찾으려고 해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중간 어딘가에 박혀 있습니다.

3.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는 가입자들이 불만을 쏟아 내니까, 정부가 연금저축보험 사업비가 얼만지 한 데 모아 놓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찾기 어렵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만든 '통합연금포털'이란 사이트를 먼저 가야 합니다. 그러고도 '연금상품 비교공시 – 원리금 보장 연금상품 – 연금저축보험' 칸까지 타고 들어간 다음에 커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수수료 부과구조'까지 눌러야 현재 팔리는 연금저축보험의 사업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냥 '연금저축보험 사업비 비교' 이렇게 써놓으면 바로 찾을 텐데, 이름만 봐서는 생각하기 힘든 곳에 놓여 있습니다.

여기까지 한 번 따라해 보시면, 아 이거 찾지도 말고 알지도 말라는 거구나,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숨겨놓은 사업비가 얼만지 까보죠.

4. 생명보험사만 보면, 연금저축보험 중에 6분의 1은 온라인에서 팔립니다. 이 온라인 연금저축보험의 사업비는 평균 4.86%입니다. 그러니까 만약에 10만 원을 보험료로 내면, 수수료로 곧바로 5천 원을 떼고, 투자는 9만 5천 원으로 시작한다는 뜻이 됩니다. 평균 연 2.3% 정도 이자로 불려준다고 써놨는데, 9만 5천 원을 2.3% 이자로 불리면 3년이 지나야 원금 10만 원을 회복합니다.

그런데 연금저축보험의 6분의 5, 거의 대부분은 설계사를 통해서 팔립니다. 설계사를 통해서 든 연금저축보험은 사업비가 평균 6.58%입니다. 제일 센 회사는 8.49%까지 뗍니다. 10만 원 내면 8천 5백 원을 뺀다는 뜻입니다. 이러면 원금을 회복하는 데만 4년 이상 걸립니다.

그런데 첫해에 낸 돈이 3,4년 뒤에 원금을 회복한다고 해도, 돌림노래 부르듯이, 그 사이에 든 돈들은 여전히 적자 상태입니다. 그래서 전체 금액이 원금 위로 올라오려면 7년 8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한 겁니다.

5. 그래서, 연금저축보험에 든 돈이 최종적으로 얼마로 불어날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정부가 만든 '보험다모아'란 사이트가 있습니다. "지금 연금저축보험을 들면 나중에 얼마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보험사들 입장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매달 10만 원을 10년 동안 붓고요. 그렇게 모은 목돈을 생명보험사가 이후 추가로 10년간, 그러니까 총 20년을 운용하면 최종 얼마가 될지 따져봤습니다. 무배당 상품 기준으로 1위는 KDB생명, 1,692만 원입니다. 원금 1,200만 원에 492만 원 이익이 났고요. 꼴찌는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수익이 364만 원 나서 총 1,564만 원을 쌓을 거라고 알려줍니다.

자, 그런데 이 돈을 그냥 동네 아무 은행이나 가져가서 무지성 저축을 한다고 쳐보죠. KB국민은행 1년짜리 일반 적금 이자가 지금 연 2.8% 입니다. 이걸로 그냥 10년을 붓고, 낼 세금 다 내고 돌려 받으면 1,343만 원이 됩니다. 그리고 이 돈을 찾아서 이번엔 연 4.6%, 일반 정기예금에 10년을 넣어 놓습니다. 역시 세금 다 내고 나면 1,866만 원을 받습니다. 보험사 1등보다 170만 원, 꼴찌보다 400만 원 가깝게 많은 돈입니다.

6. 그런데 이것도 그나마 보험사 예상일 뿐입니다. 실제 운용 결과를 보시죠.

연금저축보험을 1조 원 이상 운용하는 10개 생명보험사는 지난 10년 동안 연 평균 수익률이 1.6%입니다. 1조 원 이상 운용하는 4개 손해보험사는 연 1.3%였고요. 그런데 똑같이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펀드를 운용하는 10대 회사들은 10년간 연평균 5.6% 수익을 냈습니다.

10년 누적으로 이야길 해보죠. 똑같은 천만 원을 생명보험사에 넣어서 연 1.6%씩 불어났다면 10년 뒤에 1,170만 원이 됩니다. 그런데 펀드에 넣어뒀다면 1,720만 원이 됩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개별 상품을 따져보면 더 심각합니다. 2006년에 만들어진 한 연금저축보험 상품은 가입자들이 1조 2천억 원을 부었는데, 지금 9천억 원이 남아있습니다. 16년이 지났는데 25%가 오히려 손실이 난 상태죠. 10년 넘게 지나도 낸 돈이나 쌓인 돈이 비슷한, 소위 '똔똔'인 보험도 수두룩합니다. 가입자들이 노후에 받을 돈이라고 생각하고 잘 들여다 보지 않으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펀드에 비해서 보험이 장점도 있습니다. 일정 기간 이상 안 내면 보험이 해지가 되니까, 안 부었으면 삼겹살에 술 한잔 사 먹고 써버렸을 돈, 강제저축을 하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원금 보장이 되고 나중에 종신으로 나눠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펀드 중에는 손실이 난 상품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쨌거나 투자해서 번 돈으로 나중에 연금 받는 겁니다. 이렇게나 최종 금액 차이가 난다면 여러 장점도 빛을 잃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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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 기자(news4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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