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산업' 전환에 수요 급증…전기차, 내연기관차보다 광물 5배 더 필요
내년 1분기 '원자재법' 발표 예정…재활용 산업 육성·제3국 협력 강화 관측
원자재 (CG)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친환경 산업 육성을 가속하려는 유럽연합(EU)이 '연료' 역할을 하게 될 원자재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1분기 중 중요 광물 원자재 공급망 확보를 위한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이하 CRMA) 입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9월 연례 정책연설에서 오는 2030년까지 주요 광물 원자재 수요가 500%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CRMA 추진 의사를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EU는 현재 30가지를 핵심 원자재로 지정해 수급 현황 등을 관리하고 있는데, 리튬, 마그네슘, 천연흑연, 희토류 등 수입 의존도가 100%에 달하는 품목이 상당수다. 마그네슘, 희토류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중국산 의존도가 특히 높다.
취약한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중 중국의 '봉쇄 정책'의 영향 등으로 원자재 수급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현실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초유의 에너지 위기를 겪은 EU에서는 '러시아산 가스 사태'가 다른 핵심 분야에서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확산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현재 가장 시급한 핵심 원자재 일부는 한 국가, 중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면서 '전략적 취약성'을 언급한 바 있다.
리튬,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는 EU가 육성하려는 클린 테크 분야에서 필수다.
단적인 예가 전기차다. 전기차 1대에 필요한 핵심 광물은 약 200㎏으로, 기존 내연기관차(40㎏)의 5배 수준이다. 필요한 원자재 종류만 해도 내연기관차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EU는 CRMA 입법 과정에서 남미, 아프리카 등 제3국과 파트너십 체결이나 개발 원조 협력을 통해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U가 최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공급망 실사 등에서 보듯 수출기업에 대한 '고강도 잣대'를 요구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원자재 생산 과정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하거나 원자재 재활용 비율 확대 등의 대책이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재활용' 분야의 경우 EU가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분야여서 자연스레 역내 산업을 보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EU 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규제를 적용받는 탓에 중국산 등에 맞서 불리하다면서 '공평한 경쟁의 장'을 요구해왔다.
우리 정부는 CRMA가 북미산 광물을 일정 비율 포함해야 세제 혜택을 주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처럼 '노골적'인 차별 조항이 포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현재까지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도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EU가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 통상 규범 준수를 강조하고 투명한 역내 입법 절차를 고려해 무역 차별적인 요소가 포함된 조치를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방심하지 않고 예의 주시하면서 필요한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EU의 1차 목표가 중국산 의존도 탈피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력 수출제품의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 입장에선 직·간접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EU 등 주요 경제권이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각화에 나선 추세를 고려해 원자재 수입국인 한국 역시 선제적으로 이들과 협력을 모색하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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