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조합원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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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정부가 올해 말 종료되는 ‘안전운임제’를 연장하지 않고 폐기하는 대신 종합적인 진단을 통해 화물 차주에게 더 도움이 되는 제도를 마련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전운임제) 일몰과 함께 시장의 왜곡된 부분을 새로운 각도에서 전체적으로 다 한번 볼 필요가 있다”며 “일몰 하나 연장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진행자가 ‘그러면 (안전운임제를) 일단 폐지하고 재논의한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 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로 올해 말까지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최근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3년 연장 입법화’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16일간 운송 거부(파업)를 벌였지만 지난 9일 빈손으로 복귀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의 일몰기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상황에서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 정책위의장이 ‘올해 말 일몰(종료)’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정부 역시 현재의 안전운임제를 연장하는 데 대해선 부정적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순 연장안 통과 이후 국회 논의가 동력을 상실하면 3년 뒤 똑같은 일(파업 사태)이 벌어진다”며 “화물연대가 파업으로 국민에게 큰 고통과 국가 경제에 손실을 끼친 마당에 안전운임제를 원위치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오른쪽)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성일종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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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의 이런 배경에는 현행 안전운임제의 문제점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지금 제도는 열심히 일하는 화물 차주를 돕는 데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화물차 번호판만 빌려주고 돈을 버는 운송업자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불법 시위를 하는 화물연대 등에 돌아갈 돈을 실제 고생하는 차주에게 돌아가도록 제도를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에도 사고 방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라고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일련의 파업에 강경 대응을 해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조사해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3%포인트 오른 36%였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을 긍정 평가하는 이유를 묻자 ‘노조 대응’이 20%로 가장 높았고, 공정·정의·원칙이 16%로 뒤를 이었다.
다만 안전운임제 연장이 큰 틀에서 여야의 예산안 협상과 맞물려 있는 만큼 연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안전운임제를 개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일단 제도를 연장한 뒤 보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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