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디렉시온 데일리 CSI 차이나 인터넷 2배(CWEB)'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중국 정부의 방역 완화 정책으로 인해 약 두 달 만에 3배 상승했다. 글로벌 고물가 흐름이 피크아웃(고점 통과)에 도달했다는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CWEB ETF는 중국의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지난해 기록한 역사적 고점에서 95% 폭락했다. 급락세가 이어지자 저가 매수를 노리고 대거 사들인 서학개미도 적지 않아 여전히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따르면 CWEB ETF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가 각각 0.6%, 0.7% 하락했음에도 주가가 0.84% 상승했다. 이달에만 16.8% 오른 CWEB ETF는 10월 말 17.55달러로 최저점을 찍은 후 약 두 달 만에 207% 급반등에 성공했다.
CWEB ETF는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대표적인 중국의 인터넷 기업을 담은 CSI 해외 중국 인터넷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1배수 상품인 '크레인셰어스 CSI 차이나 인터넷(KWEB)' ETF도 있지만 거래량이 미미한 편이며, 중국 기술·성장주 투자를 원하는 서학개미들은 CWEB ETF를 선호한다.
최근 CWEB ETF 주가가 급반등한 건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 전환을 시도함에 따라 중국 기술·성장주 투자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방역 완화 조치로 인해 중국 내수시장에 훈풍이 불 조짐이 보이면서 중국 기술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CWEB ETF 주요 구성 종목인 알리바바, 텐센트도 10월 말 저점을 찍은 이후 각각 56.7%, 63.7% 반등에 성공했다.
그동안 중국 인터넷 주식에 대한 목표주가를 낮추던 월가에서도 달라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고객들에게 "중국 기업의 이익과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회복의 시작점에 있다"고 알리며 2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주식에 대한 견해를 상향 조정했다. 다만 지난해 주가 흐름까지 살펴보면 CWEB ETF 수익률은 여전히 최악이다. 지난해 1월 기록한 고점에서 주가가 95% 급락했기 때문이다. CWEB ETF는 레버리지 상품인지라 음의 복리 원리에 따라 주가가 하락세를 타면 수익률이 악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부터 주가가 급락세를 탄 것은 해당 상품이 추종하는 중국 기술·성장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점이 원인이다. 최근 반등에 나서곤 있지만 알리바바, 텐센트는 중국 당국의 '공동부유' 기조에 따른 펀더멘털 훼손으로 2020~2021년 고점에서 주가가 각각 71.5%, 56.8% 떨어진 상황이다. 징둥닷컴도 44.5% 하락했다. 중국 정부의 방역 완화 정책에도 근본적인 투자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기 전에는 '차이나 런' 현상을 보였던 글로벌 자금이 대규모로 되돌아오긴 힘들어 보인다.
중요한 건 CWEB ETF가 서학개미들이 올 한 해 미국 증시에서 중국 테마와 관련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높았고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별 종목보다는 CWEB ETF를 매수한 사례가 많았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올해 들어 CWEB ETF를 5883만달러(약 765억원) 순매수했다. 서학개미 전체 순매수 순위 종목 중에서도 30위권에 해당한다. 미국 ETF닷컴에 따르면 올해 CWEB ETF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2억4643만달러(약 3214억원)에 달한다. 서학개미들이 CWEB ETF를 대량 매수했을 시기는 주가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를 노린 올해 3월인데,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약 40% 이상 손실이 예상된다.
특히 CWEB ETF의 연 수수료율은 1.32%로 높은 편이다. 미국 ETF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SPDR S&P500 트러스트(SPY)' ETF 수수료율은 0.09%에 불과하다. 매수 평균 단가보다 현 시세가 많이 떨어진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를 이어갈수록 높은 수수료에 따른 수익률 저하가 우려된다.
CWEB ETF를 매수한 윤 모씨(30)는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 떨어져 어느 정도 저점이라는 인식에 올해 초부터 사들인 투자자가 적지 않다"며 "중국의 정치 리스크가 여전하고 최근엔 추종 종목들의 거래량까지 메말라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 이 모씨(27)는 "CWEB ETF는 홍콩 항셍지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올해 항셍지수는 급락한 후 재차 급등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자연스레 CWEB ETF 변동폭도 큰 편이라 투자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 인터넷 기업 투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 이익은 광고에서 나오는데 중국 정부의 기조상 기업들이 이윤 확대를 위한 광고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당국 입김이 주가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편이라 정치적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침체됐던 중국의 내수 경제가 언제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는지도 관건이다. 미국 리서치 기업 바차트에 따르면 후이첸자산운용은 "중국 소비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인터넷 주식의 내재가치는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내년까지 5% 이상 글로벌 고금리 환경이 지속됨에 따른 기술·성장주 투자심리 위축 및 경기 침체 우려감에 주가가 장기적인 추세 전환에 성공하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당충위 시랜드시큐리티 애널리스트는 "정책 개선에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과도기"라며 "시장은 더 큰 변동성을 경험할 것이며 시장 랠리는 여기에서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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