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별도 기구 설치 담은 '미디어자유법' 검토
"'언론의 자유'는 '다른 모든 자유'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자유입니다.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는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입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유럽의회 국정연설에서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자들을 막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역내 많은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탄압받는 것에 대한 경고였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올해 발표한 국가별 언론의 자유 지수. 녹색은 '양호', 노란색은 '만족', 연한 주황색은 '문제', 짙은 주황색은 '어려움', 빨간색은 '심각'을 의미한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언론의 자유 지수가 높은 반면, 그리스 등은 낮다. RSF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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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국가' 찍힌 그리스·헝가리... EU "위협 막아야"
그리스는 대표적인 '언론의 자유 불량 국가'로 꼽힌다. 매년 각국 언론의 자유를 평가하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올해 5월 발표한 순위에서 그리스는 180개국 중 108위였다. 최근엔 그리스 국가정보원이 각계 인사들 휴대폰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도청해왔다는 사실로 떠들썩한데, 여기엔 관료·정치인뿐 아니라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도 포함됐다.
헝가리 상황도 심각하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2010년 집권한 이래 언론의 자유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RSF는 "공영방송은 선전기관으로 전락했고 집권당은 재벌의 언론사 인수를 부추기는 방식 등으로 전체 언론의 80%를 장악했다"고 평했다.
두 국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명분으로 언론의 공적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했다. 그리스는 정부의 허락 없이 감염병 보도를 하거나 의료진이 취재진과 접촉하는 것을 사실상 차단했다. 그리스, 헝가리를 비롯, 폴란드, 슬로베니아 등에서는 언론에 대한 처벌법을 강화했다.
EU는 언론인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는 전 세계적 흐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안티 백서'들이 언론인을 공격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불법 이주민·난민 관련 취재에도 제동을 거는 이들이 많다. RSF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에서 언론인들이 물리적 공격을 받았고, 대륙 전역에서 언론인이 온갖 모욕과 위협을 마주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난 9월 미디어 자유법 초안을 유럽의회에 전달하며 발표한 설명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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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각국 상황 감시 필요"... '획일화' 위험성 지적도
EU는 각국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독립기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9월 EU 집행위원회가 유럽의회에 제출한 미디어 자유법(Media Freedom Act)에 담겨 있다. 집행위는 △언론을 각종 외압으로부터 보호하고 △다양한 의견을 보장하는 등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우려도 없지 않다. 국가별 언론 환경이 천차만별인데 획일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RSF의 기준으로 언론의 자유 최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는 국가들 역시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 등 EU 국가들이다. 특히 일률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미디어 환경이 좋은 국가를 하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아테네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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