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시위 참가자 두 번째 형집행
英 등 국제사회 잇단 제재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유럽연합(EU)이 '히잡 의문사' 시위대의 추가 사형 집행과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이유로 이란 당국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산 무기 수입을 막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돈줄을 조이는 대러 제재안은 EU 회원국 간 합의가 불발되며 무산됐다.
12일(현지시간) EU 외교이사회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이란인 24명·기관 5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반정부 시위 강제 진압 등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와 연루된 이들로, 이란 국영 IRIB 방송사도 이름을 올렸다.
EU는 IRIB가 이란 정권을 대변하는 방송사로 협박과 극심한 폭력 행위로 받아낸 정부 비판 인사들의 '강제 고백'을 방영하는 등 인권침해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IRIB 대표 페이만 제벨리와 IRIB 앵커로 활동 중인 알리 레즈바니, 여기자 아메네 사다트 자비푸르 등 3명도 제재 대상 개인 명단에 포함됐다.
아울러 이란 보수 강경파 종교지도자인 세예드 아흐마드 카타미 등 성직자를 비롯해 이란군 장성 등 고위인사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들은 러시아에 대한 드론 공급 등 군사 지원에 관여한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회의에 앞서 대(對)이란 조처를 묻는 취재진에 "우리는 (오늘) 매우 강력한 제재 패키지를 승인할 것"이라고 고강도 제재를 예고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란이 첫 사형집행을 단행한 이튿날인 지난 9일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이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러시아에 대한 이란의 군사지원 등에 관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쉽지 않은 대화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란은 EU가 그들을 강력히 규탄할 것이며, 이란 여성과 이란 내 평화로운 집회를 지지하기 위한 어떠한 조처든 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사형집행은 당연히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당국은 지난 8일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 참가자 23세 모센 셰카리에 대한 첫 사형 집행에 이어 닷새 만인 이날 또 다른 시위 참가자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에 대한 두 번째 사형 집행을 단행했다.
라흐나바드에 대한 형 집행은 마슈하드 도심 거리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졌으며,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은 밧줄에 묶여 크레인에 매달려 숨진 라흐나바드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그대로 보도했다.
반인권적 사형 집행에 영국과 캐나다 등도 제재 압박에 나섰다. 영국 정부는 지난 9일 시위자들에게 가혹한 선고를 내리고 있는 이란 관리 등 30여명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고, 캐나다 정부도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고위 측근과 사법·교정 관리, 경찰 등 22명에 대한 제재를 내놨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란 정권이 자국민에게 저지른 폭력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스페인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사형 집행을 비난한다며 이란 정부에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새롭게 제안한 9차 대러시아 제재안을 실행하는 데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회원국들이 9차 제재안에 따라 거의 200명에 가까운 러시아 인사를 제재 명단에 올리는 것을 두고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제재안 전체에 대한 세부 내용과 방식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가 끝날 때쯤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집행위는 앞서 지난 7일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에 대한 드론 완제품 수출 가능성이 있는 이란 등 제3국으로 드론 엔진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을 담은 9차 대러 제재안을 제안했다. 러시아가 '샤헤드 136' 등 이란제 자폭 드론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거 동원한 것을 겨냥한 조치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국영 러시아지역개발은행(RDB)을 포함한 러시아 은행 3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또한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화학물질, 주요 기술 등에 대한 수출 제한 조처도 제안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