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한 유럽연합(EU) 예산·행정 담당 집행위원 |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유럽연합(EU) 집행부가 헝가리에 2년째 주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지원금을 계속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각 회원국에 전달하자 헝가리가 반발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요하네스 한 예산·행정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EU 회원국 재무장관들에게 헝가리에 대한 자금 동결을 해제할 이유가 충분치 않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
헝가리는 EU가 회원국에 지급하는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을 작년부터 받지 못했다. 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담보할 사법 독립성과 법치주의 등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EU가 지원금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동결 금액은 58억 유로(7조8천600억여원) 정도로 전해졌다.
헝가리 정부는 독립적인 반부패 기구를 만들고 국가 사법위원회가 사법부 주요 직책을 임명하는 방안 등을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등 지원금을 다시 받을 만한 조건을 갖췄다고 EU에 주장해왔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이 같은 헝가리의 주장만으로는 요건을 달성했다고 보기엔 불충분하다고 봤다.
이런 판단에는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현 헝가리 정부의 친러시아 행보가 배경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EU의 대러시아 제재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오히려 자국 원자력발전 단지에 러시아산 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하기로 하는 등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9일에는 EU 집행위가 내년에 우크라이나에 최대 180억 유로(약 24조7천억 원)를 장기 차관 형태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지만, 헝가리는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오르반 총리는 EU 집행위의 지원금 동결 유지 의견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헝가리는 EU가 (법치주의와 관련해) 제시한 모든 약속을 이행했지만 EU 집행위 측은 경제제재, 이주민 문제 등 새로운 조건을 추가해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EU가 강요하는 사항에 관해 기존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면서 "EU가 아닌 헝가리 국민들을 위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헝가리에 대한 지원 여부는 EU 회원국들이 결정할 사안이다. EU 집행위의 의견은 권고 효력만 지닌다.
EU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대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을 둘러싸고 EU 측이 헝가리와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느냐가 변수가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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