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검찰 "범죄단체 가담·돈세탁·부패 혐의"
카타르 "위법행위와 무관"…"의혹 사실이면 유럽의회 평판 심각히 훼손"
체포되면서 권한 정지된 에바 카일리 유럽의회 부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가 유럽의회의 정책 논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회 부의장 등 4명이 기소됐다고 AFP, A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벨기에 연방 검찰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유럽연합(EU) 의회를 상대로 한 페르시아만 국가의 영향력 행사 의혹에 대한 수사와 관련, 범죄 단체 가담과 돈세탁, 부패 등의 혐의로 4명이 기소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벨기에 경찰이 지난 9일 브뤼셀 내 최소 16곳을 급습, 현금 60만 유로(약 8억2천600만 원)를 발견한 뒤 체포돼 조사를 받아왔다. 당시 체포된 6명 가운데 나머지 2명은 석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성명에서 "유럽의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유럽의회 내부의 정치적 또는 전략적 위치에 있는 제3자가 거액의 돈이나 상당한 양의 선물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기소된 인물들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한 사법 소식통은 AFP통신에 에바 카일리(44) 유럽의회 부의장이 기소된 4명 중 1명이라고 확인했다.
TV 앵커 출신인 카일리는 2014년부터 유럽의회 부의장직을 수행했다. 지난달 월드컵 개막 직전 알빈 사미크 알마리 카타르 노동부 장관을 만나기도 한 그는 월드컵을 계기로 이주 노동자 인권 침해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린 카타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언행을 이어왔다.
수사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의회는 카일리 부의장의 부의장 권한을 정지했다. 카일리 부의장이 소속된 유럽의회 사회당그룹 역시 즉각 그의 당원 자격을 정지했고, 카일리 부의장이 자국에서 소속된 정당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도 트위터를 통해 그를 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벨기에 현지 언론은 체포된 인사 중 이탈리아의 피에르-안토니오 판체리 전 유럽의회 의원, 루카 비센티니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사무총장 등이 포함됐다고 전한 바 있다.
수사 당국은 또한 정치적인 청탁을 위해 뇌물을 제공한 해당 국가가 어디인지를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유럽의회 관계자들과 일부 벨기에 언론은 이번 수사에 카타르가 연루된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카타르 외교부는 그러나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카타르를 위법 행위와 연관지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한다"며 이 같은 의혹은 근거가 없고, 대단히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벨기에 검찰은 10일에도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의 입회 아래 또 다른 유럽의회 의원의 자택을 상대로 수색을 벌였다. AFP에 따르면, 벨기에 헌법은 벨기에 국적의 유럽의회 의원을 수색할 때에는 유럽의회 의장이 입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법 소식통은 이날 수색을 받은 사람이 벨기에 사회당원이자 유럽의회 내 아랍관계 대표단의 부의장인 마르크 타라벨라라고 전했다. 그는 기소는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촐라 의장의 대변인은 "유럽의회와 메촐라 의장은 부패에 단호히 반대하며, 이번 조사를 위해 사법 당국에 전면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탈리아 총리를 지낸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일로 유럽의회의 평판이 심각히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11일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에 출연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최근 몇 년 새 가장 심각한 부패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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