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19 - "IRA에 대한 유럽의 반발"
바이든 마크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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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전기차 등 외국산 제품을 차별화하는 것에 대해 '너무 공격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서구를 분열시킬 위험이 있다'며 수위 높은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최근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위원장도 "미국과 EU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보복 관세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하는 블록경제가 의도치 않게 유럽 등 동맹국으로 불똥이 튀면서 IRA 개정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EU는 최근 제3차 무역기술위원회를 개최하고 IRA 관련 논의에서 '초기적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지만 갈등 해소를 위한 구체적 합의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IRA를 둘러싼 미국, EU의 갈등을 살펴보고 미국이 구축하고 있는 블록 경제가 글로벌 경제와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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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RA VS. EU 핵심원자재법(C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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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는 환경에너지, 보건, 조세 등의 분야에서 총 437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인플레이션을 막고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는 정책이다.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만 총 지출액의 80%에 달하는 3690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며,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미국 내 생산기지와 부품 및 소재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중국을 배제시키는 일종의 '블록화'를 도모한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의회 통과를 축하하는 행사서 "IRA 통과로 미국에서 만들어진 전기차를 사는 사람에게는 7500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된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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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는 전기차 세액공제의 경우 향후 10년간 최대 7500달러의 혜택이 주어지는데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한 차량에 한한다. 배터리 부품과 주요 광물은 원산지가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혹은 북미지역에서 재활용된 제품으로 제한된다. 미국이 특정하는 국가에서 생산한 부품을 사용할 경우는 제외한다.
EU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차별적인 보조금 정책으로 유럽산 제품이 외면받고 관련 제조 시설마저 미국으로 이전할 것을 우려한다. 이미 BMW 그룹이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생산을 위해 총 17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EU 역시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 관련 중국산 부품과 원자재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핵심원자재법(CRMA)' 도입을 추진 중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과 희토류 등 30개 전략적 핵심원자재를 선정하고 추출, 정제, 가공, 재활용 등 EU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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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차이만 확인한 무역기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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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EU는 지난해 10월 불공정 무역 관행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무역기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번 미국과 EU의 IRA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도 무역기술위원회에서 이뤄졌다. 미국에서는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러몬도 상무부 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EU 측에서는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집행위 수석부위원장,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집행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협상 이후 양측 대표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IRA의 전기차 보조금 관련 양자간 갈등이 긍정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한 EU의 우려 및 이를 건설적으로 해결한다는 미국의 약속을 강조하는 내용은 공동 선언문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정작 전기차 관련 IRA 법안의 개정 여부나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협상의 비중은 전기차 보조금보다는 주로 반도체 공급망 교란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과 보조금 정보를 공유하고 일치시키는데 할애됐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중간선거에서의 예상외의 선전을 거두면서 IRA와 낙태권, 사회보장, 법인세 부과 등 4대 정책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타협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무역기술위원회에서의 공동 선언문도 불만 해소를 위해 협의하고 노력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며, 법안 수정은 의회 소관인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EU가 요구하는 수준의 개정은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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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로 구축된 블록경제, 향후 경제와 산업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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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룸버그는 2023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2.4%로 기존의 3.2%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993년 이후 금융위기와 팬데믹 경제 위기 발생한 2009년, 2020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과 EU가 IRA 개정을 위한 협상에 실패하고 차별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취해 역내 중심의 블록 경제를 구축한다면 향후 글로벌 교역은 더욱 위축될 우려가 크다.
현대차 아이오닉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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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IRA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의 대부분이 미국산 브랜드다. 최근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IRA에 따라 세액 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차종은 28개로, 이 가운데 22개가 GM, 포드 등 미국 제조사 제품이다.
피해가 불가피한 건 미국 시장에 전기차를 전량 수출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 기업이다. 현대차는 2025년 조지아주에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북미 지역에 한정된 최종 조립 요건으로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해 경쟁 모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유럽에서 CRMA가 차별적인 조항을 포함해 역내 블록화를 추진한다면 한국 기업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5.4%를 기록할 정도로 호조를 보였으며 올해도 전체 전기차 판매량 중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유럽에 수출했다. 그런데 만약 CRMA가 IRA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도입한다면 미국과 유럽 시장 모두 점유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배터리 산업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운다. IRA 발효로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의 배제가 이뤄지는 만큼 그에 따른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 흑연 등의 조달 및 정제를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들도 IRA나 EU의 핵심 광물 조건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관련 규제는 미국 기업조차 충족시키기 어려워 모든 전기차가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성근 전문위원 ,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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