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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식(小食)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는 ‘먹방’에 피로감을 느낀 대중의 관심이 소식이라는 트렌드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소식이 일상인 유명인이 대부분 날씬한 체형이다 보니 소식을 시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소식 자체는 건강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다. 제대로 하면 ‘건강식’, 잘못하면 건강에 치명적인 ‘유해식’이 된다. 건강한 소식에는 분명한 조건과 대상이 따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소식’은 말 그대로 음식을 적게 먹는 것을 뜻한다. 근데 이는 사전적인 의미에 불과하다. 영양학 또는 의학적 관점에서의 소식에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첫째는 칼로리 위주의 감량이다. 우리말로는 ‘소식’이지만 영어로는 ‘calorie restriction’(열량 제한)이다. 눈에 보이는 음식량을 줄이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 조금만 먹었더라도 칼로리가 일반 식단과 같거나 높다면 결코 소식이 아니다. 소식은 필요 칼로리의 70~80% 정도만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평균적으로 끼니마다 500~600칼로리를 줄이는 개념이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눈에 보이는 음식의 부피가 적은 게 소식이 아니라 음식이 가진 열량을 적게 섭취하는 게 소식의 기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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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비만 등 대사질환 예방 효과
둘째는 미량영양소 보충이다. 비타민과 칼륨·칼슘·철분 등 각종 미네랄이 여기에 해당한다. 먹는 양을 줄이다 보면 영양 불균형이 생기거나 심해질 수 있다. 섭취량을 줄이면서 오는 심각한 부작용의 상당 부분은 여기서 생긴다.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는 “소식은 열량만 줄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열량만 줄이다 보면 영양적으로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심각한 문제는 미량영양소 부족에서 생긴다”며 “미네소타 기아 실험 결과가 단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미네소타 기아 실험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미국에서 실시된 기아 상태 연구로, 24주씩 단계적으로 칼로리 섭취량을 절반으로 줄였다가 회복기를 가진 실험이다. 이 과정에서 피험자들은 급격한 체중 감소와 함께 무기력증, 수면 장애, 어지럼증, 감각 이상, 신경쇠약, 우울증을 겪었다. 김 교수는 “이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체지방의 70%만이 아니라 기초대사량이 60%, 근육은 40%나 줄었다”며 “이들이 보인 증상은 거식증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칼로리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셋째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다. 가장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단백질은 면역력과 직결되는 영양소다. 서 교수는 “전체적으로 섭취량을 줄이면 꼭 필요한 영양소가 반드시 줄어들게 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이 따라오게 되는데, 단백질 섭취가 줄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며 “잘못된 소식을 하게 되면 자칫 폐렴에 걸려 사망할 수도 있다. 충분한 양의 단백질 섭취는 똑똑한 소식의 핵심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소식은 어떻게 보면 다이어트 방법과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지향점이 다르다. 다이어트가 체중 감량과 몸매 관리에 무게를 둔다면 소식은 항노화와 각종 질환 예방, 생명 연장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소식에는 단식의 개념이 포함되지 않는다. 단식은 담석의 원인이다. 서 교수는 “종일 굶는다든지 하는 단식은 이제 의학적으로는 절대적인 금기사항”이라고 말했다.
소식하면 우선 체내 활성산소와 염증이 줄어 노화가 억제되고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각종 대사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유방암과 대장암의 재발 위험, 나아가 치매 위험까지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소식이 건강 측면에서 권장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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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칼로리·저영양 음식은 피해야
소식을 제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영양학적 지식이 요구된다. 하지만 첫걸음을 떼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우선 ‘빈 칼로리(empty calorie)’ 음식을 줄인다. 칼로리를 차지하면서 영양가는 없는 음식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빵·떡·면이다. 흰쌀밥과 주스, 탄산음료, 설탕 섭취도 줄여야 한다. 단백질은 고기, 생선, 계란 흰자, 두부 등을 통해 충분하다 생각하는 양의 2배 정도 먹고, 채소와 과일은 하루에 최소 자신의 손바닥 크기만큼 꾸준히 챙겨 먹으면 좋다.
다만 소식은 비만인 사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자, 관절염 환자, 유방암·대장암 유경험자 등이 우선 고려 대상이다. 체중 감량과 함께 각종 질환 발생 및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성인이라면 젊을 때 일찍 시작하는 것이 소식으로 인한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에 노인이나 성장기 아이 및 청소년은 권장하지 않는다. 노인의 경우 에너지 확보가 우선인 데다 식단 관리를 지키기 쉽지 않고, 성장기에 있는 경우 성장 및 성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성장을 더디게 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아이들이나 청소년은 열량 제한보다 활동량 증가가 우선이다. 또 정상 체중인데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 역시 소식을 잘못하면 생리불순, 불임 가능성이 있어 권장하지 않는다. 단, 의사·영양사 등 전문가나 보건소 등의 관리하에서는 시도해볼 만하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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