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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N]"GTX 노선 우회" 은마 도넘은 시위 '역풍'... 행정당국, 합동조사 3가지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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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주민들은 무슨 죄?...국토부, 현대건설 사옥도 아닌 오너 집 앞서 도넘은 시위에 '눈살'

시민들 "본인들 안전 호소하면서 다른 사람 안전은 위협"

장충금, 행정조사, 업무방해 등 쟁점...국토부 "위법행위 적극, 엄정 대응"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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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19일 열린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강남의 대표적인 노후 대단지인 은마아파트에 대한 주택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서 바라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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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기업들의 인사시즌을 틈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분풀이 시위'가 극성이다. 최근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추진위) 주민들의 집앞 시위로 고통을 받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추진위 주민들은 은마아파트 하부를 지나도록 설계된 광역급행철도(GTX-C)의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약 한 달째 정 회장의 용산구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해당사업의 주최 격은 현대차그룹도, 현대건설도 아니다. GTX-C 사업의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 즉 국가다. 현대건설은 국가가 발주한 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일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인사 시즌을 겨냥해 특정 기업의 사기를 꺾는 매우 악의적인 행동"이라며 "국토부를 제쳐두고 사업 결정권도 없는 힘없는 도급사를 상대로 한 분풀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은마 추진위의 도넘은 시위를 비롯해 오너 개인을 '원포인트' 타깃으로 한 시위가 극성을 부리면서 이와 관련된 여론도 급격히 악화되는 분위기다.

◇생중계 문화로 진화하는 시위...시민들 2차 피해 우려

9일 경찰, 서울시, 용산구 등에 따르면 은마 추진위 일부 주민들은 단지 하부를 관통하도록 설계된 GTX-C 노선의 변경을 요구하며 정 회장의 자택 앞에서 약 한 달째 막무가내식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업 주최인 국토부 앞도, 시공사인 현대건설 앞도 아닌 동네 주민들을 볼모로 한 시위에 참여하는 은마아파트 주민은 약 370여명으로, 단지 전체(4424가구) 2만여 입주민의 2%에도 못 미친다. 이들은 과격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팻말을 든 채 주택가를 행진하는가 하면 시위 과정에서 확성기를 동원해 과도한 소음을 유발하면서 주변 상인과 주민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은마 추진위 측이 시위 현장을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하는 과정에서 지나다니는 주민들의 얼굴과 항의하는 시민들, 자동차번호판 등 개인정보를 노출하면서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나온다.

초상권 침해를 입은 피해자는 가해자에 민법상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본인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고, 사진이나 동영상 등 증거자료를 직접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다. 이 과정에서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한남동 주민 이모씨는 "소음 스트레스가 커서 관계자에게 항의를 했는데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면서 카메라를 들이대 공포스러웠다"면서 "정작 가해자는 검정색 대형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상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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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한남동 주택가에서 열리는 은마 주민들의 시위 모습/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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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정 다수 앞에 노출된 기업인 개인정보...침묵하는 다수 "과격 시위에 거부감"

오너들의 집 앞은 단골 시위 장소다. 2020년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끝내고 삼겹살과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촬영해 공개하기도 했다. 2019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 앞과 2018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자택 앞, 올해 초에는 이재현 CJ 회장 자택 앞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주민 김모씨는 "평일에는 차량시위로 출퇴근길이 지옥이고, 주말에는 몰려드는 시위대 인파에 쉬지도 못하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본인들의 이익만 관철되면 남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는 상관하지 않는 그들의 무한 이기주의에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소수에 의해 주도되는 시위는 이슈와 무관한 제3자나 일반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삼는다. 목적 달성을 위해 과격한 방식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와도 괴리가 크다.

실제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1:1 전화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3.4%가 '목적 달성을 위해 과격한 방식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과격한 시위에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수가 다수의 뜻을 왜곡해 자신들의 주장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해 관계자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전문가들이 해결책을 논의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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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로 엉망이 된 출퇴근 시간 골목 일대를 교통순경이 정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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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빼든 국토부...원희룡 "주민들 이기주의, 좌시않겠다"

GTX-C 노선에 대한 계속된 어깃장에 국토부도 칼을 꺼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앞서 은마 추진위 시위에 대해 "총 4424가구 중 한 세대의 1만분의1에 해당하는 지분을 가진 분이 앞장서서 전체 사업뿐만 아니라, 총 4조3000억원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은마 주민들이야말로 국민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멈춰 달라"고 경고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오는 16일까지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실태에 대한 행정조사를 진행한다. 이번 조사의 쟁점은 추진위가 공동주택 회계로 관리되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시위 등의 유지비용을 위해 편법으로 사용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공동주택법상 장기수선충당금을 법정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 혐의 등이 적용돼 형법 등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해진다.

서울시 공동주택통합정보마당 등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40억원대 수준이던 은마아파트의 장기수선충당금 잔고는 10월 말 기준 56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실제 강남구청은 올해 1~8월까지 은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 주체에 장기수선계획을 부적절하게 수립했다는 이유로 4건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추진위가 당국의 행정조사를 수용할지 여부도 또 다른 쟁점이다. 추진위가 행정조사를 기피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거부한다면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조사 결과에 따른 분쟁 조정 및 시정 요구에 불응할 경우에도 도시정비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행정당국, 장충금, 업무방해 등 적극 대응

행정조사 이후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한 사법조치 진행 여부도 주목된다. 앞서 추진위는 시위 참여 독려 전단에 '2만명 사는 주거지 가운데를 발파 관통? 이게 말이 됩니까?', '세계 최초 주거지 발파' 등의 문구를 포함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GTX-C는 지하 60m 이상 대심도 터널 공사로, 발파가 아닌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을 적용한다. TBM공법은 국내 다수의 도시철도노선, 한강 하저터널 등에 사용한 공법으로 안전성과 진동, 소음 등에서 탁월하다. 추진위의 주장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업무방해로 인정되면 형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 추진을 비롯해 용역계약, 회계, 정보공개, 도정법 위반 여부, 장충금 집행 여부 등을 포괄적으로 조사한 뒤 위법사항이 적발된다면 수사의뢰, 환수조치, 시정명령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규모 지분으로 추진위나 조합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한 도정법 개정안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한지연 기자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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