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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태원 참사에 '과실범 공동정범' 적용…"성수대교 판결문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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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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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여러 정부 기관의 피의자들을 공동정범으로 엮는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수본은 오늘(9일) 오전 열린 브리핑에서 "수사 초기부터 참사에 1차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 피의자에 과실범 공동정범 법리를 구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피의자의 과실이 합쳐져 참사까지 이어졌다는 판단입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피의자의 과실이 피해자를 사망·상해로 이르게 한 인과 관계가 인정돼야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같은 대형 사건·사고에선 특정 한 명의 피의자의 과실만으로 재난이 일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각 피의자의 과실이 합쳐져 공동정범이 인정되면 참사 원인이 됐다고 판단할 수 있게 돼 유죄 가능성이 커집니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이란 두 명 이상의 사람이 범죄를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공동의 과실로 범죄 결과를 일으켰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범으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수본은 특히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참고해 과실범 공동정범의 판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관련해 동아건설 관계자와 서울시 공무원 등 1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공동정범으로 인정해 공동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교량의 안전을 위해서는 건설업자의 시공부터 감독 공무원의 철저한 유지·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각 단계에서의 과실만으론 붕괴 책임을 인정하지 못하더라도 그것들이 합쳐져 붕괴의 원인이 됐다고 본 겁니다.

대법원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서도 붕괴의 원인이 한 가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건축 계획부터 완공 후 유지·관리에서 발생한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벌어진 것이라며 관련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공동정범으로 인정했습니다.

특수본은 이러한 법리를 이태원 참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도 이임재 전 용산서장의 과실만으로 희생자 158명의 사망 결과에 책임이 있다고 법리를 구성하면 유죄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며 "용산구청과 경찰, 소방, 서울교통공사의 과실 책임이 중첩해 참사가 발생했다고 보면 인과관계 입증이 조금 수월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는 재난 발생의 책임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세밀한 법리 적용이 요구됩니다.

대법원은 2016년 세월호 참사에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 사이에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공동정범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과실이 극히 미미한 일부 선원에게 공동정범을 인정하면 사소한 과실만으로 전체 결과에 책임을 지게 돼 지나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각 피의자의 과실의 경중이 확연하게 달라서 공동 책임으로 묶어서 처벌하기보다는 각각의 책임을 따로 묻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였습니다.

특수본도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묶을 수 있는 피의자와 그렇지 않은 피의자를 구별하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김덕현 기자(d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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