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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2차대전 때 英 '댐버스터' 마지막 생존자 101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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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당시 617비행대대 소속 조지 존슨

"독일 루르강 댐 파괴하라" 특명 받고 출동

'댐버스터'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이 나치 독일의 공업 기반시설에 타격을 입히고자 폭격기로 루르강의 댐을 파괴한 작전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전투에 참여한 공군 장병들을 일컫는 이른바 ‘댐버스터’(Dambusters·댐을 부수는 사람들)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조지 존슨 예비역 소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10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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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당시 독일 댐을 부수는 영국 공군의 작전에 참여한 이들 중 마지막 생존자였던 조지 존슨(1921∼2022).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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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고인은 1921년 잉글랜드 링컨셔에서 농장 노동자의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일찌감치 어머니를 여의고 누나의 손에 길러진 고인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모진 학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립을 위해 농업학교에 진학한 고인은 그곳에서 익힌 기술에 힘입어 정원 관리사로 일하던 중 1940년 공군에 입대했다. 당시는 2차대전이 터져 영국이 나치 독일과 막 싸우기 시작한 때였다.

폭격기 조종사가 된 고인은 1943년 3월 훗날 댐버스터로 불리게 된 617비행대대에 배치됐다. 이 부대는 독일군에 최첨단 무기를 공급하는 군수공장들이 몰려 있는 루르 공업지대를 무력화하는 임무가 부여돼 있었다. 작전명은 전쟁 초반 런던을 무차별 폭격한 독일에 보복한다는 뜻에서 ‘채스티즈’(Chastise·응징)로 정해졌다.

영국 공군은 루르강에 건설된 주요 댐들을 폭격기로 폭파함으로써 공장을 물에 잠기게 만드는 일종의 수공(水攻)을 계획했다. 특별히 제작된 무거운 폭탄을 댐에 정확히 맞히려면 저공비행이 불가피했고 적의 대공포화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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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당시 영국 공군 617비행대대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댐버스터’(1955)의 한 장면. 영국 폭격기가 투하한 폭탄에 맞은 독일 루르강의 댐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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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1943년 5월16일 채스티즈 작전이 개시됐다. 고인을 비롯해 617비행대대원들은 총 19대의 랭커스터 폭격기에 나눠 타고 출발했다. 목표는 루르강에 있는 수력발전소 3곳이었다. 영국 공군이 접근하자 적의 대공포가 불을 뿜었다. 617비행대대는 뫼네 댐과 에데르 댐에 폭탄을 명중시켜 두 댐을 완전히 부수는 데 성공했다. 고인이 속한 팀은 3번째 조르페 댐을 표적으로 삼았다. 훗날 고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9번의 시도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10번째에야 거의 수면까지 내려간 끝에 폭탄을 투하했다”며 “그런 저공비행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조르페 댐은 완파되지는 않고 부분적 손상을 입는 데 그쳤다. 이 공격으로 독일인 약 16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영국 공군의 희생도 컸다. 출격한 랭커스터 폭격기 19대 중 8대가 격추되고 장병 53명이 전사했다. 훗날 이 작전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고인은 “그것은 위대한 습격이었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작전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 특히 임수 수행 중에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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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참전용사 조지 존슨(오른쪽)이 지금도 존재하는 영국 공군 617비행대대를 방문해 까마득한 후배 조종사와 대화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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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나치 독일의 항복으로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공군에 남아 1962년까지 복무했다 계급은 소령까지 올랐다. 고인을 비롯한 617비행대대원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댐버스터’가 1955년 개봉해 영국, 미국 등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제대 후 고인은 교사로 제2의 인생을 살았으며 전시의 공로를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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