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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급한 연금개혁…"보험료율 15%까지 올리고 노동시장 질 개선 같이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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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더라. 완벽하진 않더라도 개혁은 빨리할수록 좋다.”

8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국민연금을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연금개혁은 시대적 사명”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연금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보험료율 인상과 같은 연금제도 자체의 개선 방안뿐 아니라 생산가능인구를 확보하는 고용시장의 개선방안도 함께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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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8일 오후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열린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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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보험료율 15%까지 올려야”



국민연금연구원 유호선 연구위원은 이날 포럼에서 “보험료율을 15%까지 점진적으로 인상 시 2057년으로 예상된 기금소진 시점을 최대 2073년까지 늦출 수 있다”며 적절한 보험료율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4년째 9%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8.2%의 절반 수준이다. 유 위원은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연금보험료 상한은 6% 정도 여유가 있다"면서 “15%도 수용 가능성이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동시에 수지 기능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보험료율 인상 폭과 인상 시기 등에 따른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중 2025년부터 1년마다 보험료율을 0.5%p씩 올려 2036년 15%에 도달한 뒤 유지하는 방안이 기금소진 연도가 2073년으로 가장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제4차 재정 추계 계산 당시의 예상(2057년)보다 기금소진 시점을 26년 늦출 수 있는 것이다.

보험료율 인상과 관련해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같은날 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의 보험료율로는 연금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얼마나 어떻게 올리느냐가 문제”라면서 “세대 간 형평성이 다른 어떤 시대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이 연금 개혁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은 보험료율 인상 외에 수급개시연령 조정 등의 재정 안정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만 62세이고 2033년부터는 만 65세로 늦춰질 예정이다. 유 위원은 "재정 안정화를 위해 수급 연령을 상향 조정하거나 급여 수준을 하향 조정하는 방법이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높지 않아서 현 상황에서 수급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선택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033년 이후 연금 수급 연령을 5년에 1살씩 올려 68세까지 조정하면 기금소진 연도가 2059년으로 2년 정도 더 지연된다고 설명했다. 연령 기준을 68세로 잡은 것은 오는 2050년 유럽연합(EU) 주요 12개국의 평균 연금 수급 연령이 약 68세가 된다는 점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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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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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정년연장보다는 기업별·개인별 차이 고려해야"



연금 수급 연령을 올리려면 노동시장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급 시기와 정년 은퇴 시기 간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소득 공백(크레바스)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태석 박사(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는 이날 포럼에서 "한국의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50세 또는 55세 내외로 법적 정년인 60세보다 낮고, 성·학력·업종·직무 등에 따라 그 차이가 크다"면서 “정년 연장 논의도 의미가 있지만, 고령층 노동시장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주된 정책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정년보다 먼저 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재취업 등을 통한 실효은퇴연령은 65세를 넘기도 해서 평균적인·실효적 소득 공백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단순히 법적 정년을 연장하기보다는 일자리 퇴직 연령을 연장하고, 실효은퇴연령 시기까지 고령층 노동 시장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별 이질성을 고려해 연금수급개시 연령 선택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정년이나 임금 구조를 제약하기보다는 개인별·기업별 차이를 고려한 고용·임금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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