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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죽지 않을 권리를 행사합니다” 건설노조 5000여명, 화물연대 동조파업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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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동자 탄압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파업은 ‘죽지 않을 권리’의 행사입니다. 건설노조도 화물연대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여서 함께 파업합니다”

8일 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본부 조합원 5000여 명은 화물연대 파업에 뜻을 함께하며 동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날 부산항 등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함께 “화물파업 정당하다. 노조탄압 중단하라” 등을 외치며 선전전과 거리행진을 펼쳤다.

건설 노동자들은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여서 아픔도 함께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울산신항에서 화물연대 파업 집회에 참가한 A씨는 30년째 레미콘 차량 운전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대기업에서 일하다 1993년 레미콘 운행에 뛰어들었다. 먼저 레미콘 기사로 일한 형이 “수입이 짭짤하다”라며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A씨는 “그 땐 레미콘 차량을 한차례 운행하면 3만2000원의 단가가 적용됐고, 한 달에 350여만 원을 받아 보험료와 차량구입 할부금을 빼고도 제법 괜찮았다”라며 “지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떨어졌고, 자녀 둘을 포함해 네 식구가 먹고살기조차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는 “국가가 노동자의 적정임금과 안전노동을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위험은 상존하는데 수입은 적고, 정부는 나 몰라라 하는 모습에 많은 동료가 반발한다”라고 말했다.

A씨는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로서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라고 화물연대 파업 집회에 참가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정부의 반노동 정책은 우리 건설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라며 “우리는 그저 열심히 일한 만큼 대가를 받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B씨는 콘크리트 펌프카 운전기사다. 펌프카 종사경력은 30년이다.

B씨는 “과거에는 한 달 수입으로 가족이 먹고살고 저축도 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저축이란 말은 먼 나라 얘기이고, 미래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가 공정하지 않다”며 “(우리는) 각 공사장 사업체와 단체협상을 맺고 정상적으로 노동을 하는데 왜 ‘불공정’을 입에 담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콘크리트 펌프카는 워낙 대형이어서 공사 현장에서 늘 사고위험이 따른다”며 “콘크리트 펌프질 과정이나 연장 호스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차량이 전복되거나 대형 설비에 깔리거나 충돌하는 등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는 게 우리다”라고 했다.

한편 타설, 레미콘, 콘크리트 펌프카 등 건설노조가 동조 파업에 돌입하면서 건설 현장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날 부산 만덕3터널 도로 공사 현장은 굴착 후 발생한 버력(터널 굴착에서 나오는 흙, 돌, 암석 덩어리 등 폐석)을 실어 내지 못하고 콘크리트 타설을 하지 못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또 부산 만덕~센텀 간 도시고속도로 건설 현장, 부산 강서 시내버스 공영차고지 조성공사, 부산 신평장림산업단지의 체육관 건립공사 등도 같은 이유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날 부산시에 집계된 건설 현장 335곳 가운데 24곳(7.3%)의 공사가 중단됐고, 84곳(25.0%)은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경남은 건설 현장 1500여 곳 가운데 77곳이 레미콘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공사가 일부 또는 완전히 중단됐다.

파업 15일째인 8일 화물연대는 건설노조와 함께 부산 신항과 북항, 울산 신항, 창원 가포신항 등에서 집회와 선전전을 벌였다. 이들은 거리행진을 하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촉구했다.

부산시는 업무개시명령 이행 여부를 조사한 결과 운송사 5곳의 화물차주 26명이 업무에 복귀했다. 미복귀자 2명에 대해서는 행정 처벌할 예정이다.

한편 부산항의 반출입량은 평상시의 100%를 웃돌았다. 7일 오전 10시~오후 5시 반출입량은 2만718TEU로 10월 하루평균 2만392TEU의 101.6%까지 늘었다. 이날 부산항 전체의 장치율은 68.6%로 평상시 장치율 68%와 비슷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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