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 판교저유소 앞에 걸려 있는 화물연대 현수막 앞을 탱크로리 차량이 지나고 있다. 김태희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재고가 바닥났던 주유소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금방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왜 정부가 나서서 불안감을 조성합니까.”
8일 경기 판교저유소 앞에서 만난 이금상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에쓰오일지부장은 화물노동자 파업에 대처하는 정부의 기조에 이런 불만을 토로했다.
에쓰오일지부 소속 조합원 50여명은 지난달 24일부터 판교저유소 앞에서 집회하고 있다. 저유소 진입로에는 안전운임제 확대 시행을 촉구하는 내용, 비조합원의 파업 동참을 호소하는 내용 등이 적힌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이날 정부는 시멘트 분야에 이어 철강·석유화학 업종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애초 정유 업종도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막판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발표 이전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국 주유소에서 재고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주유소 재고 부족에 대한 걱정은 ‘기우’라고 했다. 이 본부장은 “전국에 1만개가 넘는 주유소가 있는데, 이중 재고가 소진됐던 곳은 90여곳에 불과했다”면서 “파업이 시작되기 전 대다수 주유소는 지하 탱크를 가득 채웠고, 장기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파업 이후 정유사들도 발 빠르게 대처했다고 했다. 에쓰오일을 비롯한 4대 정유사는 직영 주유소에 출하하는 고정 운송사와 대리점 주유소에 출하하는 자가 수송차량을 통해 기름을 공급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대부분 고정 운송사에 소속돼 있다.
이 본부장은 “파업 이후 정유사들은 자가 수송차량을 통해 기존 운송료의 3~4배가량을 지급하며 고정 운송사 몫의 기름을 출하했다”면서 “실제로 많은 자가 수송차량이 물량을 소화했기 때문에 (주유소 재고는 파업 상황에서도)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실상 ‘주유 대란’이 올 가능성이 작았음에도 정부는 정유 업종 화물노동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거론해왔다. 이 본부장은 정부의 이런 기조가 “노동자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유 업종은 그동안 파업이 없었는데 새로 노조가 만들어지고 쟁점이 되니까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화물연대 파업 15일째인 이날 경기지역 주요 물류 거점 물동량은 회복세를 보였다.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의 지난 7일 하루 화물차량 반출입 건수는 2318건으로, 올해 10월까지 하루 평균 건수(4336건)의 53.5% 수준으로 나타났다. 의왕ICD 내 가용 차량은 총 605대 중 174대(29%)로 늘었다. 평택·당진항의 물동량은 평시의 80% 수준을 회복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 백래시의 소음에서 ‘반 걸음’ 여성들의 이야기 공간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