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재판 성격' 분쟁해결 절차 돌입…승소시 '맞대응 보복' 가능
EU, 실익보다는 中 겨냥 정치·외교적 압박 의도 해석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전경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올해 초 특허권 문제와 리투아니아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 조처를 두고 얼굴을 붉힌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통상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자신들이 WTO에 중국을 제소한 사건과 관련, 분쟁 해결을 위한 패널 설치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회원국이 WTO에 상대 국가를 제소하게 되면 먼저 협의(consultations) 절차를 통해 분쟁 당사국 간 '원만한 합의'를 모색한다.
그러나 정해진 기간 내에 양측이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 재판부 성격이 있는 패널이 WTO에 설치돼 시비를 가리게 된다. EU가 이를 위한 패널 설치를 요청한 것은 본격적인 분쟁 해결 절차가 사실상 개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U가 중국을 상대로 통상 규범을 어기고 있다며 제소한 사건은 총 2건이다.
지난 2월 EU 기업이 보유한 핵심 기술이 중국 업체에 의해 불법적으로 사용될 경우 이를 외국 법원에 소송하는 등 특허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중국이 제한하고 있다며 제소했다.
앞서 1월에는 중국이 EU 회원국인 리투아니아가 대만 대표처 개설을 허용한 것에 대해 '경제 보복'을 가하고 있다면서 별건으로 WTO에 제소했다.
집행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도 "두 사례 모두에서 보듯 중국의 조처는 유럽 기업들의 활동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투아니아에 대한 경제보복 조처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리투아니아산 일부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 조처 등으로 1∼10월 리투아니아의 대(對)중국 교역이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설명을 요청했지만, 중국은 이 같은 수입 금지 조처를 정당화하는 데 실패했다"라고 강조했다.
EU 요청에 따라 패널이 구성되면 이들은 제소 사건에 대한 조사, 중간보고서 검토 작업 등을 거쳐 승·패소 판단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채택하게 된다.
통상 패소국은 WTO에 상소하곤 하는데, 현재의 경우 WTO 상소기구 기능이 장기간 정지된 상태다. WTO 회원국인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상소기구 역할 등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상소 위원 임명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이에 일부 회원국들은 상소 기능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다자간 임시 상소 중재 약정'(Multiparty Interim Appeal Arbitration Arrangement·MPIA)를 활용하는 데 합의한 상태다.
특히 MPIA에는 EU와 중국 모두 참여하고 있어 중국 입장에서는 패소 시 그 결과를 이행해야 한다. 이행을 거부하면 EU는 보복조처도 취할 수 있다.
물론 EU가 두 사안 모두 승소하더라도 그 실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리투아니아건의 경우만 하더라도 대중교역 규모 자체가 작아 소위 '맞대응식 경제보복'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EU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중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대만 현안을 통상무대로 확장하는 한편 최근 서방이 부쩍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며 정치·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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