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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기묘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운전하면 꼭 주유소를 들러 기름을 가득 채운다. 두말할 필요 없이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 때문이다. 최근 기름이 없다는 안내문을 써 붙인 집주변 주유소가 하나둘씩 늘어나자 생긴 습관이다. 여기에 다른 나라 사례로 눈을 돌려보면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불안감을 더 키웠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를 보면 1979년 영국에서 벌어진 ‘불만의 겨울’이 떠오른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처드 3세에서 나온 시구에서 따온 ‘불만의 겨울’은 1960년대 후반부터 고복지·고비용·저효율로 대표되는 ‘영국병’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1970년대에 들어 오일쇼크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자 영국 경제는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결정적인 계기는 영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었다. 1975년 8월 12개월 동안 물가가 27%나 상승하는 초인플레이션 상황이 벌어지자, 영국 정부는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극약처방으로 임금 상승 억제책을 꺼내 든다. 이는 영국 노조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우리도 요즘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사회적으로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1979년 1월 유조차 트럭 운전사들이 40%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면서 연쇄 파업의 불씨를 댕겼다. 우리나라 화물연대 파업도 결국 임금 문제인 안전운임제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영국은 트럭 운전사들의 파업으로 물류가 마비된 가운데, 또 다른 파업이 들불처럼 번져갔다. 철도, 간호사 등 공공 부분 근로자들도 임금 인상률 상한제 폐기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고, 여기에 청소부와 시신 매장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했다. 결국 파업에 나선 근로자가 150만명을 넘었다. 우리도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시작해 노동계의 연쇄 파업으로 상황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결국 같은 해 2월 중순 노동당의 캘러헌 내각은 노조에 항복했고, 한 달 뒤 내각불신임결의를 당했으며 그해 5월 열린 조기 총선에서 대패했다. 그 이후는 모두가 알듯 마거릿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캘러헌 내각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정치력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캘러헌 내각의 정책은 여당인 노동당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특히 노조를 설득하지 못해 혼란을 계속 키운 것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정부와 노조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 기자의 기묘한 습관이 습관 정도가 아니라, 국민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으로 사태로 악화 된다면 양측 모두 국민들에게 버림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노동당은 정권을 잃었으며, 노조는 연쇄 파업의 결과로 들어선 대처 내각이 진행한 대대적인 노동시장 유연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1979년 영국도 20년 만의 한파에 시달렸다. 우리 나라에도 본격적인 한파가 다가오고 있다. 생각할수록 기시감이 들지만, 한국판 ‘불만의 겨울’은 제발 없었으면 한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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