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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우크라, 드론 날려 러 본토 타격…러, 미사일 70여발로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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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의 미사일 우위 흔들려…레드라인 건드렸나 긴장고조

푸틴은 복구공사 중인 크림대교 찾아가

연합뉴스

러 본토 전략핵폭격기 기지에 우크라 드론 공습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해 드론을 날려 러시아 본토에 대한 첫 장거리 공격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직접 타격할 능력이 확인됨에 따라 전쟁의 국면이 변화하거나 확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 내륙의 비행장 2곳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폭발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습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 폭격에 전력시설 등이 파괴돼 괴로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이번엔 거꾸로 러시아 내륙을 직접 타격한 것이다.

그 직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 우크라, 국경 수백㎞ 넘어 러 군사비행장 공습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습은 러시아 랴잔주 랴잔시, 사라토프주 옌겔스시의 군사 비행장 2곳을 표적으로 이뤄졌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구소련제 제트엔진 드론을 공습에 활용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트위터를 통해 공습 사실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한 우크라이나 관리는 뉴욕타임스(NYT) 익명 인터뷰를 통해 드론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출발했다고 확인하기도 했다.

랴잔과 옌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서 480∼720㎞ 떨어진 러시아 서부 도시다.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러시아 내 접경지나 내륙에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의 공작으로 보이는 시설물 폭발은 다수 있었으나 본토가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드론의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가 공격거리 1천㎞에 이르는 드론을 개발했다는 관측이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습은 6일에도 국경 근처에 있는 러시아 시설에서 이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의 로만 스타로보이트 주지사는 "쿠르스크 비행장 지역이 드론 공격을 받아 유류 저장고에 불이 났지만 사상자는 없다"는 글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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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민간시설에 계속 떨어지는 러시아 미사일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러 미사일 공세에 반격한 듯…전략폭격기 기지 파괴

이번 기습은 그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때려온 러시아의 미사일 공세에 대응한 반격으로 관측된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지구는 둥글다"며 "다른 나라 영공에 뭔가 발사되면 조만간 미확인 물체가 발사지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에서 고전하자 지난 10월부터 주요 도시에 장거리 미사일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는 전력공급 시설을 망가뜨려 우크라이나 사회의 불안을 부추기고 한겨울 추위를 무기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이번에 우크라이나 드론 공습을 받은 옌겔스 군사비행장은 이같은 러시아군의 장거리 미사일 공세를 뒷받침하는 시설로 전해진다.

이 기지에는 Tu-160, Tu-95 등 핵미사일 탑재까지 가능한 장거리 전략폭격기가 실전 배치돼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미사일로 폭격할 때 이들 전략폭격기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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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후방 피격에 전황 변화·확전 가능성 '주목'

우크라이나의 이번 기습은 러시아가 그간 유지해온 장거리 미사일 우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러시아는 그간 안전한 후방에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해 별다른 위험이 없이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괴롭혀왔다.

그러나 본토 군사기지가 공격받을 가능성이 열리면서 지상전 부진을 만회할 새 돌파구에 변수가 생겼다.

특히 드론이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러시아의 전략 군사시설이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나 러시아의 우려는 커졌다.

AP통신은 핵무기를 싣는 폭격기가 배치된 비행장도 타격받은 까닭에 이번 기습으로 긴장이 크게 고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확전의 위험도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서방에 장거리 타격 무기를 달라고 요구해왔으나 서방은 확전 우려를 들어 이를 거부해왔다.

서방은 이번 전쟁을 자국과 서방의 대결이라고 주장하는 러시아를 자극할 '레드라인'이 러시아 본토 타격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첨단무기 지원을 문제 삼으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했고, 서방국들도 실제로 러시아의 핵 위협을 경계해왔다.

미국은 지상전 전황을 뒤바꾼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지원할 때 러시아 본토 타격 우려 때문에 최대 사거리를 290㎞에서 70㎞로 개조해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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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기습에 붕괴한 크림대교 복구현장 시찰하는 푸틴
[타스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러시아, 드론피격 직후에 미사일 수십발 발사

러시아는 본토가 공습을 받은 직후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다.

이번 공습은 10월 이후 러시아가 가한 8번째 대규모 공습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수도 키이우, 빈니차, 오데사, 수미 등 전국 주요 지역의 전력 시설이 골고루 공격받았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는 공습으로 상수도 펌프장에 전력 공급이 끊어져 도시 전체에 물 공급이 중단됐다.

미콜라이우 시장은 화재 위험 탓에 도시 및 주변 지역에 대한 전력 공급이 끊겼다고 밝혔다.

중부 크리비리흐에서도 도시 일부에선 정전이 발생하고 상수도 펌프장과 난방시설의 가동이 중단됐으며, 동북부 수미주 북부에서도 미사일 공격 탓에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이번 공습에 최소 4명이 숨졌다며 많은 지역에 단전사태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사일 70여발 가운데 60여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방에서 대공 방어망을 지원받아 확충해 놓은 터라 이번엔 상당히 방어를 잘했다는 대내외 평가가 나온다.

처음에는 러시아의 공습이 서방국가의 유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불만으로 단행됐다는 분석이 나왔으나, 지금으로선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내륙 공군기지 드론 공격에 대한 반응이라는 시각이 더 많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직접 몰아 10월 초 폭발로 파괴된 크림대교의 복구 현장을 찾아 크림반도 사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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