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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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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수난 현장…'십자가의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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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형 선고부터 골고타 언덕·무덤까지…순례객 행렬 이어져

인근 유대인 최고 성지 '통곡의 벽'…벽돌 틈 장식한 무수한 소원들

연합뉴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예루살렘=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에 있는 예수 '무덤교회' 내부 모습이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와 이를 지켜보며 슬픔에 빠진 마리아의 모습이 재연돼 있다. 두 곳은 '십자가의 길'로 불리는 '고난의 길'(Via Dolorosa) 제12, 13지점이다. 2022.12.5 eddie@yna.co.kr (끝)


(예루살렘=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에게서 십자가형을 선고받은 예수는 온갖 조롱과 모욕 속에 십자가를 지고 일어선다.

약 800m에 이르는 길 위에 세 번 쓰러지고서야 골고타 언덕에 다다른 그는 '유대인의 왕 나사렛 예수'가 적힌 십자가에 못 박히고 매달렸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그는 고통 속에 하늘을 향해 이렇게 절규한다. 다시 한번 크게 소리를 지른 예수는 이내 숨이 멎는다. 그의 죽음에 성전의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지고, 땅이 흔들리며 바위가 갈라졌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서 죽음을 향해 걸었던 '고난의 길'(Via Dolorosa)은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의 동부 지역에 있는 유대 성전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찾은 고난의 길은 그 과정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경건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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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무덤
(예루살렘=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지난 2일(현지시간) 찾은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의 예수 무덤교회 내부 모습. 건물 안에 동굴형태로 보존된 예수 무덤을 보기 위해 많은 순례객이 줄을 서 있다. 2022.12.5 eddie@yna.co.kr (끝)


고난의 길은 모두 14개 지점으로 이어진다. 빌라도가 사형을 선고한 법정인 제1지점부터 예수의 무덤이 있는 제14지점까지, 각 처소에는 수난 과정이 기록돼 있다.

고난의 길에서는 무리 지어 기도를 올리고 성가를 부르는 순례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예수처럼 커다란 십자가를 지고서 신도들을 이끄는 성직자부터 예수 당대의 복장을 하고서 온종일 고난의 길을 오가는 이까지, 그 길 위에 선 이들은 저만의 방식으로 예수 수난의 의미를 되새기는듯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골고타 언덕 위로는 둥근 원형 지붕의 '무덤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가 서 있다.

로마 병사들이 예수에게 입힌 홍포(紅布)를 벗겨(제10지점) 십자가에 못 박고(11지점), 세운 곳(12지점), 이를 지켜보던 마리아의 슬픈 모습을 형상화한 흉상(13지점)과 예수가 사흘간 묻혔다는 무덤(14지점)이 모두 이 교회 안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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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가 섰던 그 자리
(예루살렘=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예수를 매달았던 십자가가 섰던 곳으로 추정되는 자리에 구멍 표식이 있다.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의 예수 '무덤교회'에서 볼 수 있다. 2022.12.5 eddie@yna.co.kr (끝)


순례 행렬은 골고타 언덕에 오르는 계단부터 예수 무덤까지 이어졌다. 십자가가 섰던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에는 마치 십자가가 꽂혀있었던 듯 작은 구멍이 뚫려있다. 이곳에서는 무릎을 꿇고서 일시 묵상에 잠기는 순례객들을 볼 수 있다.

고난의 길 마지막 지점인 예수 무덤은 건물 안에 동굴 형태로 남아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천사가 무덤을 찾은 여인들에게 예수 부활을 전한 곳으로 전승돼온 첫 번째 방이 나오고 그 뒤로 예수가 안치됐다는 두 번째 방이 나온다.

대리석 판이 관을 덮고 있는 방은 촛불 여러 개가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예수의 시신이 놓였을 좁은 공간은 엄숙한 분위기가 지배했다.

현장 탐방에 함께한 성지순례 전문가 이강근 박사는 "예수 무덤은 거대한 바위를 파낸 굴이었으나, 이후 바위 주변을 깎아 건물 형태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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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최고 성지 '통곡의 벽'
(예루살렘=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지난 2일(현지시간) 찾은 이스라엘 동예루살림 성전의 '통곡의 벽'. 유대인 최고 성지로 꼽힌다. 2022.12.5 eddie@yna.co.kr (끝)


고난의 길과 함께 예루살렘 성전 지역을 대표하는 유적지는 '통곡의 벽'(wailing wall)이다. 이곳은 성전의 서쪽 성벽을 말한다. 유대인에게는 최고의 성지이자 최대 기도처로 꼽히는 곳이다.

유대인들은 과거 솔로몬 왕이 세운 성전이 로마군에 파괴돼 서쪽 성벽만이 남게 되자 벽 앞에서 애통해하며 성전이 있던 자리를 향해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이곳은 오스만튀르크 제국 때인 1453년부터 이슬람의 통치 영역에 놓이면서 유대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곳이기도 하다. 요르단 영토에 속했던 성전 지역은 1967년 이스라엘-중동 전쟁 이후 이스라엘로 다시 편입됐다.

길이 50m, 높이 18m가량의 통곡의 벽 앞에는 오후 늦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벽에 이마와 손바닥을 대고서 기도하는 이들 사이로 검은 전통 복장을 한 랍비들이 경전을 암송하듯 말을 되풀이했다.

성벽을 차곡차곡 채운 벽돌 틈에는 꼬깃꼬깃하게 접힌 종이들이 무수히 꽂혀 있었다. 종이는 성벽을 찾는 사람들이 소원을 적어 꽂아둔 것들이다.

2000년 이곳을 찾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평화의 기도문을 적은 종이를 접어 성벽 벽돌 틈에 꽂았다고 한다. 벽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이들 사이로 종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 벽돌 사이로 밀어 넣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종이 위에 적은 자신의 기도가 신에게 닿아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인간의 작은 몸짓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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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랍비
(예루살렘=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지난 2일(현지시간) 찾은 이스라엘 동예루살림 성전의 '통곡의 벽'. 유대인 최고 성지로 꼽힌다. 벽돌 틈 사이로 소원을 적은 종이들이 꽂혀있다. 2022.12.5 eddie@yna.co.kr (끝)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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