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중대재해 감축엔 ‘실패’
법 적용 대상 기업 중대재해 24명 늘어…OECD 최하위 수준
삼표산업부터 코레일까지…민간도 공공도 중대재해 못 막아
중대재해법 내년 수술대로…기업 자율규제 체계 맞춰 개정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안산시 단원구 대원산업 안산공장을 방문, 직원들과 간담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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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제조업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업 현장에서 숨진 근로자 202명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24명이 늘어난 수치다. 제조업에서만 10명이 늘었고, 기타업종에서도 11명이 늘었다. 건설업에서도 3명이 증가했다.
2022년 3분기 기준 중대재해 사망자 수(자료=고용노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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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은 근로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중대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의 가장 큰 목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중대재해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대재해 발생률은 OECD 38개국 중 34위다.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는 828명, 사망자 수의 1만 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만인율은 0.43(퍼밀리아드)이다. 반면 독일의 만인율은 0.07, 영국은 0.08, 일본은 0.15 수준이다.
문제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법 적용 대상 기업의 중대재해 발생 건수가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법 시행 직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중대재해가 이어졌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틀 만인 1월 29일엔 삼표산업의 경기 양주 채석장 매몰 사고로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 국내 도급순위 3위인 DL이앤씨(375500)의 건설 현장에서는 올해에만 4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또 5년간 비슷한 끼임 사고가 15건이 발생했던 SPC 평택공장(SPL)에서는 결국 끼임 사고로 20대 여성 근로자가 숨졌고, 공공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도 올해 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나희승 사장이 고용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안동일 현대제철(004020) 대표는 예산공장에서 근로자가 숨진 사고로 인해 대기업 중 처음으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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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중대재해법 등 처벌 위주의 정책에 대한 한계를 인정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많은 기업에서는 실제 안전역량 향상보다 당장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작업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며 “법 준수 여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아예 안전관리를 포기하거나 방치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대재해법은 내년에 수술대에 오른다. 정부는 내년부터 중대재해 감축 정책을 처벌과 규제 중심에서 기업의 자율규제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했다. 노사가 함께 참여해 사업장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이에 맞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중대재해법을 포함한 안전 관련 법령도 패러다임에 맞춰 내년에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개정에 나서겠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이 장관은 “2024년 1월부터 5~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데, 그전에 위험성 평가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내실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도 개정할 것이고 내년 상반기 TF를 구성해 하반기 정기 국회에서 개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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