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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결재서류 없애니 '전쟁' 사라지고 로봇카페 등장…거래소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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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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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조직문화가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관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운영을 책임지다 보니 업무측면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은연중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왔다. 여기에 공공기관, 준공공기관으로 외부 감독을 오랫동안 받았고 예산제한도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해보기도 어려운 곳이다. 역대 거래소 이사장들이 조직 활성화를 추진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을 체감했던 이유다.

그러나 세부적인 측면에서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높은 난이도와 한정된 예산에도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업무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었고, 책임감을 가지고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려는 이사장들이 많았다. 거래소 직원들에게는 현임 손병두 이사장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다.

그는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하던 2008~2010년 직원들이 선정한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 연속 선정되며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거래소에서도 사내문화 개선노력을 해왔다. 연수나 해외근무로 1~2년간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직원들이 놀랄 정도로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 이사장은 직원들과 토크콘서트, 소규모 미팅 등을 통해 소통 노력을 지속해왔다. 사내 익명 게시판에 오른 의견도 허투루 듣지 않는다. 일부 의견은 이미 현실화한 것도 있다. 바로 실현되지 않았더라도 회사가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직원들에겐 위안이 된다.

한국거래소는 본사가 부산에 있다. 순환보직인 탓에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다 부산본사로 가는 직원들도 적잖다. 이들의 근무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행복한 일터 부산 조성'이라는 주제로 전담 조직을 꾸렸다. 부산 직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함이다.

기존 삶의 터전이 서울이다보니 부산본사 직원들은 주말이면 서울로 돌아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거래소는 부산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지역사랑상품권을 부산 직원에게 지급했다. 이들이 지역 내에서 여가·문화 활동을 즐기고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8월부터는 스마트워크 구현의 일환으로 거래소 내 종이를 없앴다. 대신 업무용 태블릿 PC를 지급해 보고와 회의, 일정관리, 메모 등 대부분의 업무를 온라인상에서 해결하도록 했다. 업무보고가 디지털로 직원들에게 공유되자 업무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사이동 때 마다 되풀이됐던 업무공백도 자연스레 해소됐다. 태블릿 PC를 통해 전임자가 업무와 관련해 논의했던 사안과 회의내용을 후임자가 모두 볼 수 있게 되니 인수인계해야 할 업무가 대폭 줄었다.

결재전쟁도 사라졌다. 상급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보고를 위해 줄을 서는 현상이 없어지고 상사나 부하 모두 편한 시간에 업무를 결재해 넘길 수 있으니 가용시간이 크게 늘었다. 결재판과 결재서류를 없애 절약된 비용으로는 부산본사에 로봇카페를 만들고 직원들에게 무료음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직원의 역량강화를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외부인사를 초청하는 것뿐 아니라 사내 인적·지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사내 데이터경진대회를 열었다. 직원들이 낸 업무 자동화 아이디어를 업무에 적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이들을 코어 멤버로 활용하는 시도다.

손 이사장은 "사내 분위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있다"며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고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에는 그간의 노력이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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