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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여소야대 때는 달랐다…野 공격에 손놓은 與·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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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지각처리 후폭풍]

법정처리 기한 넘은 예산 처리…최장기한 우려도

거대 야당 단독 강행에 여당 보이콧하며 뒷짐만

박근혜 탄핵 당시도 하루넘겨 처리…“정쟁 멈춰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에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뒤흔들며 혼란에 빠뜨리자 국회는 2016년 11월 민간인 국정농단 의혹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사상 최대로 편성된 400조(2017년 예산)의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도 최순실 관련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적잖은 진통이 이어졌다. 여야는 이런 상황에도 치열하게 물밑에서 협상한 끝에 예산안 법정처리 기한을 단 하루 넘긴 12월 3일 예산을 통과시켰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예산안이 원내 제1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신)의 반대로 번번이 막히며 고전하자 여당은 당시 원내 제3당이자 교섭단체인 국민의당과 손을 잡고 법정시한을 나흘 넘겨 2018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처리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169석을 차지한 공룡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현 정부 사업 예산을 대거 칼질하자 여당과 정부는 손을 놓고 쳐다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예산안이 법정기한을 넘긴 적은 있지만 정기국회 기한을 넘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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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다만 올해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거대야당이 절반 이상의 의석수로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예산 처리를 밀어붙이자 정부나 여당은 보이콧으로 일관하며 물밑 협상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당 의원을 비롯해 소관부처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불참했다. 앞서 국토위 소위에서 이재명표 임대주택 예산 증액, 현 정부의 분양주택 예산 삭감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반쪽짜리로 열린 것이다. 결국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예산은 마지막 심의 관문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갔지만, 여당은 여전히 예결위 예산소위도 불참하며 맞서고 있다. 또 정무위원회에서도 현 정부가 총리 직속으로 만든 규제혁신추진단 예산 및 보훈처 지원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을 두고 여당이 반발하며 예결위에서도 불참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과거 민주당이 여당인 시절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여에 걸쳐 7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당시 정치권과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며 “당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살다시피 할 정도로 방문해 설득과 협의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현 정부에서는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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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과 국민의힘 위원들의 불참속에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인 공공임대주택 예산 등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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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현 국회 상황이 교섭단체가 없는 사실상 양당 체제인데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등 각종 현안으로 정쟁에 치우친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민주당이 단독의 의회폭주를 멈추고, 정부와 여당도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설득과정에 나서 예산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는 “소수 여당이 거대 야당을 상대로 국회에서 협상의 레버리지를 일으킬만한 동력이 제한돼 있다는 의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에 임하자는 약속이 깨진 것이 예산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9월 1일 정기국회가 열리면 즉각 국회예산정책처와 논의하고, 경직성 예산과 사업성 예산을 나눠 심의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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