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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위기 속 더 강해진 K무역 … 세계 6대 수출강국 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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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해 세계 경제는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여파는 한층 누그러졌지만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하는 등 코로나19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의 또 다른 돌발 변수였다. 각국 에너지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을 초래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재 기능이 무력화되면서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지난 6월에 이어 지난달 24일부터 총파업(집단운송 거부)에 돌입하면서 수출 물류가 마비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자금난, 만성적인 인력난도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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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컨테이너 부두에 빼곡하게 쌓인 수출 컨테이너들이 힘차게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이 같은 복합위기 속에서도 올해 우리 수출은 선전했다. 올해 우리 수출은 2년 연속 6000억달러를 넘어서며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지난해 실적 6444억달러를 상회하는 690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양적 성장세를 이어가며 수출 순위는 지난해 7위에서 올해 6위로 상승했다. 또 5위 일본과의 수출 격차도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였고, 중계무역국인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5대 수출국의 반열에 올랐다.

에너지 수입 급증 여파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무역수지가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독일 ·일본 등 또 다른 제조업 기반 수출 강국에 비해서는 양호한 수준이다. 또한 적자 대부분이 중동 산유국에 집중됐지만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 대해서는 무역수지가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불가항력적 요인이 무역수지 적자의 주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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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에서 차세대 반도체, 전기차 등 신산업 품목이 선전하며 수출의 고부가가치화와 신성장동력 창출에 크게 기여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헬스,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 신산업, 전기차, 첨단신소재, 항공우주, 로봇 등 8대 품목 수출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고, 올해 신산업 수출 증가율은 11.5%로 전체 수출 증가율 10.3%를 상회하며 선전했다. 이들 신산업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서비스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두 자릿수 성장세(15.2%)를 이어갔다. 올해 1~9월 중 서비스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1001억달러로 같은 기간 상품 수출 증가율(12.2%)을 상회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최초로 4000억달러를 올리며 흑자 전환한 지식재산권 수지는 올해 상반기에도 3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현 추세를 유지한다면 연간 기준 첫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K컬처에 대한 높은 호응에서 기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연구개발·소프트웨어 저작권과 문화예술저작권 흑자가 각각 4억9000만달러, 3억8000만달러로 흑자폭이 가장 컸다.

올해로 제59회를 맞는 무역의날 기념식은 위기 속에서도 분투하고 있으며 한국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기업과 기업인들의 공로를 기리는 자리다.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도전하라 무역강국! 도약하라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리는 이번 기념식은 수출의 탑 포상 수상자와 정부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하는 축제의 장이다. 이날 수출의 탑과 각종 훈장·포상 수상이 예정됐다. 올해 정부 포상 수상자는 금탑산업훈장 4인을 포함해 모두 597명에 이른다. 또 1780개 수출기업에 수출 액수에 따른 수출탑을 시상한다. 1964년 수출의 탑 시상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시상된 수출의 탑 수는 모두 3만8232개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전년 대비 수출의 탑 수상기업이 207개 증가한 점이 눈길을 끈다. 반도체 부문 수상기업이 전년 대비 17개 늘고, 지난해 1개에 불과했던 방위산업 분야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이 5개로 증가하는 등 기존 주력 수출 분야와 떠오르는 수출 분야 모두 고루 수상기업이 늘어난 덕분이다.

정부는 미·중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통상협력 확장에 속도를 내며 기업들의 수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지난 2월, 한·캄보디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지난 1일 발효됐다. 또 한·인도네시아 CEPA는 내년 1월 발효될 예정이다. 이처럼 아세안 국가들과 통상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올해 초 12년 만에 걸프협력회의(GCC)와 협상을 재개하며 수출 다변화 기반을 조성하는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6개국의 지역협력기구인 GCC는 대중동 교역의 약 75%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또 한국의 중남미 최대 교역국인 멕시코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협상도 14년 만에 재개됐고, 칠레와는 지난 10월 리튬 등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내년 시행 예정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칠레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로 한국 기업들이 IRA의 배터리 핵심 광물 요건을 충족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IRA에선 배터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 싱가포르와 디지털 통상협정(DPA)에 정식 서명한 것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디지털 통상규범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디지털 전환 추세를 반영해 전자상거래, 온라인 소비자보호,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신기술 분야 협력 등 다양한 이슈를 포괄하고 있는 DPA 체결로 향후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과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동참할 채비를 갖췄다. DEPA는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등 3개국이 체결한 최초의 복수국 간 디지털통상협정으로 한국 중국 캐나다가 가입을 추진 중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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