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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박지현 “조국의 강 너머 이재명의 강 생길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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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인터뷰

[주간경향] “정치, 정당의 역할이란 결국 국민의 삶을 조금 더 낫게, 좋게 만들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주간경향을 만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27)이 반복적으로 꺼내놓은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하나’에 대한 답이다. 그런 당위에 비춰봤을 때 한국의 현실은 “서로를 미워하고 혐오하는 것이 정치의 모습이 돼버렸고, 그건 정치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고 했다.

궁금했다. 그는 3월 14일부터 6월 2일까지 82일간 민주당의 공동비대위원장을 맡았다. 그 뒤 당대표에 도전했지만, 당헌·당규상 ‘입당 6개월’ 조건을 채우지 못해 불발됐다. 공동비대위원장 시절 경험을 포함한 책을 내겠다고 했는데 언제 나올지도 궁금했다. 그는 기자와 만나기 전날(11월 28일) 탈고를 마쳤다고 했다. 잠정적인 책 제목은 <이상한 민주당, 수상한 박지현>이다.

“올해를 넘기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부분이 있어 12월 26일 나올 예정입니다. 계속 여러 일이 터지고 보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야겠다 싶어 (당초 계획한 내용 중에서) 조금 못 다룬 것도 있고 막상 써놓고 다시 보니 힘든 것도 있었어요. 뭔가 트라우마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만 하다간 계속 늦어지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인터뷰 전날 유시민 작가는 인터넷매체 ‘민들레’에 기고한 글에서 민주당의 비주류 전·현직 의원을 아우르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와 함께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 유 작가의 기고 글에 대한 입장부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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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1월 29일 경향신문사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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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지에 없는 질문부터 드릴게요. ‘민들레’라는 매체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는데.

“하하. 그게 첫 질문일 줄 알았어요.”

-‘박지현과 ‘조금박해’는 왜 그럴까’라는 제목인데 읽어봤습니까.

“네. 읽어봤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마이크 파워와 유명세가 다르다, 이렇게 이야기했던데….

“일단 저는 유시민 작가 좋아합니다. 제가 비대위원장이 되고 초반에 코로나19에 걸렸잖아요. 그 뒤 3월 18일에 처음으로 외부 출입을 할 수 있게 됐는데 그러자마자 처음(3월 19일) 만난 분이 유시민 작가였어요.”

-어떻게 해서 만나게 됐나요.

“제가 요청했죠.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때 되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꿋꿋하게 나가라, 응원한다’ 이런 말씀을 해주시고, ‘갈 길을 가라’고 하셨는데 어제 올린 글을 보고는 이거는 그냥 고마운 말, 충고로 듣기에는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장 문제의식을 느꼈던 부분은 비판적 지지자들의 그런 언어를 폭력적 팬덤으로, 폭력적인 언어로 치부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셨더라고요. 저에 대해서도 그렇고 많은 정치인에게 오는 그런 문자들을 봤을 때 이걸 그냥 비판적 지지, 건강한 지지라고 볼 수 있을까요. 성적인 희롱이나 가족에 대한 폭력적인 언어 같은 것들도 있는데 그걸 그냥 건강한 비판적 지지자라고 말할 수 있나, 이것이 옳은 것인지 다시 한 번 되묻고 싶었습니다. 유시민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유 작가가 했던 말들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60세가 넘으면….”

그는 사전에 정리해온 답변지를 펼쳐들었다. “(인용할 때는)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으니까”라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매 세대는 그 전 세대보다 똑똑합니다. 기성세대한테 물어봤자 답을 몰라요. 청년들은 자기들이 답을 찾고 부딪쳐야 바뀌지 기성세대한테 물어봤자 이용만 당합니다. 해달라고 하지 말고 하세요. 그래야 바뀝니다.’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고, 이거는 저는 조금 아니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원칙 중 하나가 가능하면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앉지 말자. 65세가 넘으면 때려죽여도 책임 있는 자리에는 가지 말자. 이게 소신 중 하나다’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그리고 또 하신 말씀이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같이 공존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유시민 작가 본인이 하셨던 말 그대로 다시 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또 ‘김어준이 쓴소리 많이 한다고 교통방송에 돈줄을 끊었다.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태도다. 히틀러와 스탈린이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대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본인이 하신 말을 잘 되짚어보면 그 기고 글에 대해 ‘내가 조금 실수했나’라고 생각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이크 파워와 유명세는 다르다는 주장은 동의가 되나요.

“글쎄요. 뭐 동의가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렇게 개인의 생각을 나타낼 수는 있죠.”

-기사 댓글 같은 것도 봅니까.

“댓글은 잘 안 봐요.”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아서?

“네. 정신건강을 위해 잘 보지 않습니다.”

-당 비대위원장 이후 근황을 찾아보니 SNS엔 꾸준히 글을 올리더라고요. 11월 21일 올린 글을 보면 ‘민주당이 정권의 탄압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왜 김건희 여사 사진 조명, 손짓 이런 것으로 싸우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대변인을 교체하고 빈곤 포르노 발언과 김건희 조명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장경태 최고위원은 함구령을 내려야 한다고도 했어요. 민주당 지도부가 사이버 렉카 유튜버에 현혹되지 말고 국민 마음을 좀 잘 읽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는데, 사실 그런 조치를 취할 권위와 권한, 리더십의 부재를 지적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재명 당대표가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으로도 읽히는데, 그 글을 올려야겠다고 작정한 계기가 있습니까.

“답답해서 올린 글입니다. 지금 민주당의 모습을 봤을 때, 정부나 정치권의 모습을 봤을 때 국민으로서는 굉장한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봐요. 그러니까 정당, 정치가 할 역할은 결국 국민의 삶을 조금 더 낫게, 더 좋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냥 지금은 서로를 미워하고 혐오하는 것이 정치의 모습이 돼버렸어요. 정치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치에 발을 담갔던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던 것이고요. 앞서 언급한 최고위원들이 하는 말이 민주당이나 우리나라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묻고 싶었습니다.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김건희 여사 뒤만 종종 쫓아다니는 그런 모습들이 저는 좋아보이지 않거든요. 정말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 뭔지 좀 알아주시라는 마음으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사법리스크도 있지만 이재명 당대표도 취임할 때 말씀하셨습니다. 첫째도 민생, 둘째도 끝에도 민생으로 대응하겠다, 민생을 챙기겠다고 하셨는데 그런 모습이 민주당에 아예 없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김건희 여사의 조명 또 김의겸 대변인의 그런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에 끌려가면 민생은 묻힐 수밖에 없어요. 민생 문제에 모든 최고위원, 당직자가 집중해 대응해야 함에도 이런 식의 공격하는 발언들, 사실 이런 자극적인 발언만 보도하는 언론의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자극적인 것을 소비하기 쉬운 그런 행태를 알고 있다면 정치권은 더더욱 민생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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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7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의 공식적인 출마 불허 결정에도 당대표 출사표를 던졌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런 지적들을 ‘내부총질’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왜 같은 편만 비판하느냐, ‘윤석열의, 윤석열 정권의 문제가 아니냐’는 댓글이 박 위원장 SNS에도 많이 달립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내부총질이 아니라 내부자정, 내부소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온정주의라고 생각해요. 이 온정주의의 기반이 ‘강성팬덤’의 폭력적인 행동입니다. 민주당이 잘못했으면 국민의힘보다 더 세게 처벌하고 정말 이 온정을 끊어내는 게 필요한데 그러지 않고 있단 말입니다. 제가 (비대위) 위원장 할 때 검찰개혁 관련 비공개 의총을 했습니다. 거기서도 ‘문자폭탄 무서워서 말을 하겠냐’ 이런 식의 발언을 하는 의원님들이 몇분 계셨어요. 이게 정상적이지 않잖아요. 문자폭탄이 무서워 말을 못 한다는 것이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서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내부총질로 비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앞서 내부소독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지금 민주당의 물은 고일 대로 고여 있어요. 소독해야 하는데 저 혼자 소독약 부어서 될 게 아니니까 좀더 많은 청년을 만나 같이 소독약을 부을 사람을 모으고 있습니다. 위원장 시절 일을 하면서 ‘혼자 해서는 될 게 별로 없구나’를 많이 느꼈거든요.”

-이태원 참사 관련으로 온라인에서 119명의 당원을 모아 ‘더불어민주당 청년 일동’이라는 명의로 글을 냈어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 당선된 민주당의 전국 지역 청년위원장들이 연명해 유감을 표시하는 성명을 발표했더라고요. 공식 대응하거나 입장을 밝힌 적 있습니까.

“아뇨. 따로 없습니다. ‘같이하자’고 하려 합니다. 어쨌든 우리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야 할 부분이고 이제 함께해야 할 건데 조금 아쉽죠. 사실 청년 일동이라고 말한 데 따른 문제 제기이잖아요. 청년위원장으로 선출된 ‘청년’들이 처음 합동으로 낸 목소리치고는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그러니까 소위 이제 당내 기득권이라는 게 있다면 기득권 눈치보기, 이런 거라고 보면 될까요.

“글쎄요. 기득권에 대한 것은 그분들께 여쭤봐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마음으로 입장문을 내셨는지.”

-비대위원장 취임 50일째에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도 온정주의를 거론했습니다. 당시 동료의원들의 서로 봐주고 하는 행태를 지칭하는 듯했는데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 강성팬덤 내지는 악성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 그러니까 ‘잘못된 지지를 보내는 지지자들’에 대한 온정주의를 말하는 거였네요.

“동료의원들에 대한 온정주의도 있죠. 그리고 아무래도 이 강성팬덤의 말을 전하는 몇몇 일부 의원들이 있는데 강성팬덤의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고 이 의원들이 한 말에 비판하는 발언을 하면 바로 그 팬덤의 문자폭탄이 날아오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작용하겠죠.”

-문자폭탄은 몇개 정도까지 받아봤습니까.

“하루에 1만통 이상?”

-그 정도면 휴대전화가….

“네. 꺼져요. 휴대전화가.”

-열리긴 열립니까. 메시지가.

“그래서 알람을 꺼놨죠.”

-휴대전화 메시지 알람을?

“네. 내용 미리보기 같은 것도 안 해놓고. 그때는 제가 휴대전화를 안 가지고 주변 수행하는 분에게 맡겨놨어요.”

-‘문자폭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관련해 의원들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그중에는 앞서 언급한 강성팬덤과 생각을 같이하는 분들도 있고, 예컨대 오늘 아침 열린 ‘반성과 혁신을 위한 연속토론회’에 참여한 의원들처럼 ‘강성팬덤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의원들도 있습니다. 딜레마 같아요. 오늘 토론회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면 ‘비이재명계 토론회’라는 딱지가 붙습니다. 그러니까 그 반성이나 혁신도 어느 한 파당을 대변하는 주장이 돼버린다는 말이에요. 이재명 당대표의 선택도 밖에서는 사당화다, 방탄 대표다 비판하지만 아마 이 대표 자신도 ‘여기에 내몰리는 거지 내가 이걸 선택한 것은 아니잖나’라고 생각할 겁니다. 결국 저쪽에서 짜놓은 프레임에 계속 말려들 수밖에 없는 구도잖아요.

“일단 앞서 이야기한 ‘문자폭탄’에 대해선 그게 무서워 소신껏 이야기를 못 하겠다는 의원들의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에요. 그런 날선 인신공격 문자를 하루에 수천개 받다 보면 입이 다물어지거든요. 그럼에도 이겨내야죠. 그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국민을 대변하라고 앉혀준 자리에서 자기 할 말도 못 하고 있다면 직무유기인 거죠. 저는 이재명 대표가 이 팬덤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이 지금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진상 정무실장이나 김용 부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이 대표로서는 팔다리가 잘려나간 느낌이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 팬덤에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럼에도 민주당을 건강하게 만들려면 그런 팬덤은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당원게시판에 욕설이나 인신공격을 올리면 정말 출당조치를 하는 강수까지 두는 것이 이 팬덤과 거리를 둘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선 이후 당내 만들어진 새로고침위원회에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제안했죠. 그런데 팬덤에 속한 분들은 또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우리는 당신들이 말하는 국민이 아니고 비국민이냐.’ 그리고 그 팬덤 한가운데 있는 분들은 자기 주변에서는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할 겁니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국민이며, 이게 국민의 목소리라고 할 텐데요. 그렇다면 판단의 기준은….

“하나의 예시를 들 수 있는 것이 검찰개혁이겠죠. 당원 다수는 검찰개혁을 원했지만, 여론은 좋지 않았어요. 이런 여론조사도 사실 판단을 해볼 필요가 있고요. 저는 주변에서 정치에 관심 없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니까 정치에 관심 없는 그냥 일반 국민 대다수, 이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팬덤에 의존하지 않고 보통 국민의 목소리를 더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예전부터 주장했어요. 실제로 당대표 선거나 아니면 각종 당내 선출직 선거에서 여론조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난 9월인가요. 조선일보 인터뷰를 보면 비대위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하면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표변한 모습을 보인 의원을 거론했는데, 실제 이렇게 공개와 비공개회의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의원들이 많습니까.

“사실 공개회의는 그냥 모두 발언하고 끝나는 거잖아요. 저는 비공개회의를 왜 할까 의문입니다. 국민 앞에서 떳떳하게 다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총 같은 것도 비공개로 진행하다 보니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거잖아요. 민주주의는 결국 책임정치인데 그 책임정치를 비공개회의와 비공개 의총이 방해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모든 회의를 다 공개로 여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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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1월 29일 경향신문사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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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 이야기를 해보죠. 출범 6개월이 지났습니다. 지금 이태원 참사에서도 드러나지만 아마 대선 때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민주당 들어간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뭔가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합니까. 반대쪽에선 국정철학에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그렇죠. 철학이 없죠. 그러니까 검찰이 판치는 검찰국가인 것이고, 국민의 죽음에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통령도 공식적으로 사과를 안 했고 이상민 장관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고 경찰청장도 마찬가지예요. 최근에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가수 이랑씨의 노래 ‘늑대가 나타났다’를 행안부에서 못 부르게 했잖아요. 158명이 죽어도 책임지지 않고, 노래 하나 자유롭게 부르지 못하는 그런… 독재의 모습을 보이는 그런 정권인 거죠. 어떻게 보면 상상을 뛰어넘는 최악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주말 토요일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전국 집중 촛불행사로 ‘윤석열 퇴진’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하는 생각을 SNS에서 밝힌 걸 봤습니다.

“퇴진운동을 하는 국민의 행위를 두고 감히 이래라저래라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것,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비판적인 입장이에요. 그러니까 국민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여야가 계속해서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는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이렇게 잘못된 길을 가면 민주당 의원들이 옳은 길로 갈 수 있게끔 이끌어줘야 하거든요. 너네 못한다고 같이 싸우는 게 아니라 그게 역할인데 그걸 사실 못하고 있는 거잖아요. 결국 마음에 안 들어도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손으로 뽑은, 선출된 대통령이에요. 6개월 만에 퇴진하라는 말은 국민 여러분은 하실 수는 있지만, 민주당이나 민주당 의원이 할 일은 아니라는 거죠.”

-그렇다면 이를테면 2016년 촛불시위 때도 당시 민주당 의원이나 문재인 당시 전 대표도 참여했는데요. 어떤 시점에는 민주당 의원이 참여할 수 있고 어떨 때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정말 온 국민이 들고일어났지요. 춘천에서 대학 다닐 때였는데 서울 올라와 저도 같이 촛불을 들었거든요. 일상을 함께 살아가던 주위 친구들이 모두 촛불 들고나온다는 말은 아직 안 들어봤습니다. 그러니까 윤석열 정권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국민 중에서도 마음에는 안 들지만 어차피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니 더 잘되게끔 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아예 그냥 꼴도 보기 싫으니 정치뉴스를 안 봐야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아직은 더 많다고 생각해요. 국민 대다수가 합의점에 이르렀을 때면 모를까, 불이 지펴지기도 전에 민주당 의원들이 나서는 것은 그냥 정쟁에 불을 붙이는 일로밖에 안 보여요. 아직은 때가 아니다, 지금은 아니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좀 전에 조명 논란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냈는데요.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은 대선 때부터 나왔어요. 거기에 성차별적인, ‘여성혐오’적인 그런 요소도 있다고 봅니까.

“여성이 정치권이든 연예계든 그냥 나오는 순간 혐오의 대상이 되는 나라에요. 지금은 저만 해도 그렇고 김건희 여사도 사실 그것을 피해갈 수는 없는 상황인 거고. 그것대로 너무 문제지만 사실 김건희 여사는 지금 윤석열 정권의 전위부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윤석열 정권의 무능을 김건희 여사가 선봉에서 다 막아주고 있는 거죠.”

-‘막아주고 있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검찰정권’의 무능과 독선을 가려주는, 어떻게 보면 비밀병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뒤를 쫓는 듯한 그런 행태는 그만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민주당 의원들이 이런 ‘김건희 여사’라는 미끼를 물고 계속해서 늘어지는 순간, 정작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돼버리고 만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적으로 말하면 일종의 ‘맥거핀’에 해당한다고 보는 거군요.

“네. 그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취재하다 보면 윤석열 정권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들, 예컨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 참사라는 말을 못 쓰게 한다든가, 근조 리본을 뒤집어 달아라 등의 지시가 사람들이 의심하는 것처럼 무슨 천공이 지시를 내려서까지는 아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프로세스로 이뤄지는 사례가 꽤 있어보입니다. 거기서 ‘윤핵관’이나 우파 유튜버까지 이어지는 비선권력의 작동 흔적이 어른거리고요. 김건희 여사의 관련성도 그런 맥락에서 자꾸 제기되는 것 아닐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파헤칠 부분이 있다면 기자분들이 파헤쳐주실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당 최고위원들이 기성 언론도 아닌 ‘시민언론’이라고 이름을 붙인 매체의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가져와 최고위원회 석상에서 발언하거나 의혹 제기를 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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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당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6월 1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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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현 국민의힘 쪽에서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한 것처럼 민주당도 재집권 실패 전후로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가능하다고 봅니까.

“그 강을 도대체 언제쯤 건널까요. 저도 비대위원장 시절 제가 발언을 하고 조국 전 장관이 사과하고 이 강을 건너자, 이 강을 건너는 것만으로도 나는 위원장으로서 할 일을 어느 정도 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는 또 다른 강이 생길까 두려워요. ‘이재명의 강’이 생길까 봐. 그게 사실 참 걱정인 부분입니다. 결국은 이 강을 건너야 우리의 영토를 더 확장할 수 있어요. 그러려면 정말 내 살을 도려내는 그런 결단이 민주당 내에 필요합니다. 그런 결단을 할 만한 동력 내지는 인물이 없죠. 그게 걱정입니다.”

-비대위원장 시절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는데 스스로 생각했을 때도 올해는 개인적으로도 특별했던 한해로 기억될 듯싶습니다. 훗날 2022년을 돌아봤을 때 어떻게 회상할 것 같습니까.

“제 인생에서 가장 파란만장했던, 또는 가장 힘들었던 시간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그런 날이 또 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보람찼던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앞으로 지금보다 더 힘든 순간이 또 올까, 이런 생각을 종종 해요. 진짜 힘들었거든요. 그래도 이 나이에 이렇게 단단해졌으니까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있더라도 지금보다 힘들지는 않겠지 생각을 하는 것이고. 또 정치인으로서는 어떻게 보면 처음 발을 담근 거잖아요. 가장 순수했던 시절로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계속해서 순수한 정치인으로 남고 싶어요. 기득권에 물들지 않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그런 순수한 모습을 계속 지키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긴 시간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나올 책 많이 읽어주세요.”(웃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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