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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차별·혐오 낳는 편향사고 깨려면… 행동 설계부터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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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의 종말/제시카 노델/김병화 옮김/웅진지식하우스/2만2000원

‘흑인 남성은 실제로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무력 사용의 제물이 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근무 중인 경찰관이 가한 1000여 건의 치명적 총격을 분석한 결과, 백인 희생자에 비해 흑인 희생자는 총격을 당했을 때 비무장 상태였던 비율이 2배 가까이 높았다.’(5장 ‘차별은 두려움을 먹고 자란다’ 중)

심리학자 에이미 크로시는 백인 미국인이 위협당하는 기분이 들 때, 흑인의 피부색을 ‘더 검게’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6년 흑인 시민을 범죄자로 오인해 총으로 무려 7발을 쏜 교통경찰 제로니모 야네즈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겁이 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종에 대한 편향 사고가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죽임’까지 야기한 것이다.

세계일보

제시카 노델/김병화 옮김/웅진지식하우스/2만2000원


인간의 뇌는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범주화’, ‘본질화’, ‘고정관념 형성’의 3단계를 거친다. 여기서 일종의 보상작용이 일어난다. 인간 두뇌는 불확실한 결과를 정확히 예견했을 때 쾌감을 느끼고, 반대로 예견이 빗나갈 때는 짜증이나 위협을 감지한다. 심리학자 웬디 베리 멘데스의 실험에 따르면, 백인 대학생들은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라틴계 학생들(실제로는 배우)과 교류할 때 비호감뿐 아니라 위협마저 느꼈다. 라틴계 학생들이 가난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상시스템 속에서 인간 두뇌는 끊임없이 고정관념에 ‘중독’되고, 이는 편향사고로 연결된다.

문제는 이러한 편향사고가 마음속 편견에서 그치지 않고 차별과 혐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간은 편견 없이 태어나지만 학습하고 사회화하는 과정에 자신이 속한 집단과 그 문화에 축적된 편향을 흡수한다. 이는 성별, 나이, 인종, 민족성, 종교 등 다른 문화적 집단이나 타자를 향한 편견으로 작용한다. 편향은 인간이 사회를 이해하는 실용적인 도구임과 동시에 자신과 다른 대상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양날의 검이다.

특히 습관처럼 작동하는 ‘암묵적 편향’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편견보다 더 해롭다. 암묵적 편향은 스스로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믿지만,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편향적 태도를 말한다.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백인이 실제 행동에서는 이에 반하는 경우다.

저자는 “마치 회로처럼 작동하는 편향사고를 끊으려면 애초 행동 설계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등의 현장에서 오히려 가능성을 발견한다. 남자아이 장난감과 여자아이 장난감을 나누지 않는 등 남녀 구분 없는 스웨덴 유치원의 가치중립 교육, 공격성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육체적 피로도 또한 개선해 미 경찰관들의 총기 사용 빈도를 낮춘 마음 챙김 훈련, 평등한 의료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존스홉킨스 병원의 ‘점검 목록’ 등의 사례를 제시한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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