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안타깝다…재발 방지 대책 만드는 기회로"
미소 짓는 유흥식 추기경 |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은 2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은 북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휴가차 한국을 방문 중인 유 추기경은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소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 북한은 이런저런 대응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8월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초대하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방북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유 추기경은 "북한이 (교황의 방북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으로 실리를 많이 계산할 것"이라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을 때는 교황 방북을 통해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을 거론하며 만약 교황이 방북하는 경우 북미 양국 사이의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유흥식 추기경 국내 기자회견 |
유 추기경은 "교황이 방북하면 김정은의 국제적 위상이 굉장히 높아질 수 있다"면서 "북한이 이런저런 면에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은가 생각하며 방북이 이뤄지길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북한에 관해 교황과 대화할 여러 기회가 있었으나 식량 지원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었다면서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한 지원이나 대응이 우선순위가 되면서 교황청 입장에서는 대북 지원이 다소 뒷순위가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친 것에 대해 당국자들이 "임무를 충실히 하고 모든 것을 다 바쳤다면 이렇게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라고 안타깝다는 뜻을 표명했다.
유 추기경은 유족이나 피해자의 친구 등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깊은 위로를 전한다면서 이태원 참사를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대책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천주교 사제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대통령 전용기와 관련해 게시물을 올린 것을 계기로 성직자의 SNS 사용에 관한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 "우리가 인터넷 사용에 대해서 굉장히 크게 바라보고 있지만, 대책을 내세우는 데는 굉장히 느리다"고 짚었다.
기자회견하는 유흥식 추기경 |
유 추기경은 "그런 면에서 앞으로 (우리가) 발전해야 하며 성직자부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들어와 있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노력할 의사를 표명했다.
한국이 지향할 사회상에 관해서는 "정직하고 투명했으면 좋겠다. 좋은 머리를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데 썼으면 좋겠다"며 높은 자리에 올라 사익을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이달 8일 한국인 첫 천주교 사제인 성 김대건(1821∼1846)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지인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대전교구 신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를 할 예정이다.
유 추기경은 작년 7월 출국한 후 약 16개월만인 지난달 30일 한국을 방문했으며 내달 초까지 국내에서 휴식하다 바티칸으로 복귀한다.
그는 작년 6월 한국인 성직자로는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됐으며 올해 5월 종신직인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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