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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묘한 시점’ 장쩌민 사망… 中 ‘백지시위’ 불지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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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애도·체제 불만 글 잇따라

“그때가 좋았어” “시진핑 지명은 큰 실수”

톈안먼 사태 때 후야오방 사망이 촉발

당시엔 베이징 대학생들이 주도했지만

이번엔 전국 노동자·학생·중산층 나서

‘톈안먼 주역’ 왕단 “새 항의의 시대 신호”

당국, 자가격리 허용 등 방역완화 방침

베이징 대형 쇼핑몰 영업 대부분 재개

중국인들이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사망을 애도하며 우회적으로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성격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 전 주석 사망은 자연스레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연상케 해 백지시위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일보

경찰에 맞선 여성… 톈안먼 ‘탱크맨’ 연상 중국 전역에서 당국의 고강도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던 지난달 27일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시위 진입을 위해 진압봉을 들고 방패를 앞세워 다가오는 공안(경찰)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막아서는 여성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영국의 미러 등 외신은 이 영상을 본 중국인들이 1989년 6월 톈안먼 사태 때 맨몸으로 탱크 행렬에 맞서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이미지로 남은 ‘탱크맨’(오른쪽 사진)을 떠올려 ‘탱크 레이디’로 부른다고 30일(현지시간) 소개했다. 공안은 방패로 밀쳐도 물러날 기미가 없자 스마트폰을 빼앗아 던져버렸고, 이어 방호복을 입은 요원 여럿이 달려들어 저항하는 여성을 거칠게 끌고 갔다. SNS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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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장 전 주석에 대해 “그때만 해도 좋은 날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날이 사실은 그때였음을 알게 됐다”, “재임 중 논란이 많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개혁개방 이후 중국 최고의 지도자다”라며 사망을 애도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장 전 주석을 비판하는 글에서도 네티즌들은 “파룬궁을 탄압했고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지명한 것이 두 가지 큰 실패”, “장이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중국인들은 시보다는 장을 선택할 것”이라며 시진핑 체제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중국 당국의 검열이 심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당국에 대한 비판보다는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 커다란 입 등 외모 때문에 두꺼비라는 별명을 가진 장 전 주석의 과거 영상 등을 소개하며 애도했다. 장 전 주석의 이름 대신에 ‘장할아버지’, ‘어르신’, ‘위인’ 등으로 부르며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때도 당시 급진 개혁주의자이자 대학생들로부터 추앙받던 후야오방(胡耀邦) 전 당 총서기 사망을 계기로 베이징 대학가에서 보수파를 비난하며 정치 개혁을 요구한 시위가 민주화운동으로 발전했다.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 지난달 27일 발생한 시위에서 한 여성이 홀로 진압봉과 방패로 무장한 경찰 10여명의 진로를 막아서는 영상이 퍼지면서 톈안먼 사태의 ‘탱크맨’과 비교되고 있기도 하다. 이 여성은 경찰이 방패로 자신을 밀치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휴대전화로 이 모습을 촬영하다 결국 거칠게 끌려갔다. ‘탱크맨’은 톈안먼 광장에서 맨몸으로 진압군 탱크를 가로막아 톈안먼 사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톈안먼 사태의 주역인 왕단(王丹)은 최근 중국 시위에 대해 “새로운 ‘항의의 시대’(protest era)가 도래했다는 신호”라고 규정했다. 그는 1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30년간 젊은 세대나 중산층이 정부에 대해 정말 만족했다는 신화가 있었지만, 이번 시위는 우리에게 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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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대 전 정치학 강사인 우창(吳强)은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에 ‘중국 공산당이 인민을 잃고 있다’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이번 시위는 1989년(톈안먼 사태)보다 공산당에 더 큰 문제다. 당시는 베이징 대학생들만 시위에 나섰다. 이번에는 전국의 노동자, 대학생, 중산층이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며 “시 주석의 코로나19 정책은 체제의 약점을 노출시켰으며 가장 중요한 대학생과 중산층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방역을 담당하는 쑨춘란(孫春蘭) 부총리가 지난달 30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좌담회에서 “오미크론 변이체의 병원성이 낮고 더 많은 중국인이 백신 접종을 확대하면서 전염병 퇴치 투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추가 방역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그동안 중국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무조건 격리 시설로 이동시켰지만 앞으로 증상이 경미한 경우 자가 격리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대도시 당국 역시 시위가 잇따르자 민심 이반을 우려해 속속 방역 완화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은 1일부터 대형 쇼핑몰의 영업을 대부분 재개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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