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초유의 3사 파업
후판등 원자재 수급 우려에
6·7·13일 등 파업일정 확정
기본급 인상 놓고 갈등 심화
7~8년 긴 불황기 동안
노동자들 저임금 시달린 탓
일각선 노동계 동투 전망도
요구 수위 높인 뒤 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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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문채석 기자] 화물연대의 파업이 8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현대중공업 그룹도 초유의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파업이 가시화했다. 후판 등 원자재 수급 우려에 노조 파업까지 겹쳐 선박 공정 차질 및 납기 연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1일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조선 3사 노조는 사측과 교섭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서 전날 경기도 성남 현대중공업 신사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이달 6·7·13일로 이어지는 파업 일정을 확정했다. 노조 조합원 300여명이 참여해 7시간 동안 열린 조선 3사 공동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조합원 1만1861명이 참여하는 파업을 6일부터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6일 4시간 공동 파업, 7~9일 순환 파업, 13일엔 전면 파업을 통해 그 수위도 점차 높여 나간다. 올해 조선 3사 노조는 사측과 각각 20~30여차례 넘는 교섭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진척이 없다.
김병조 현대중공업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현재 사측과 가장 입장차를 보이는 건 기본급 인상 부분"이라며 "노조는 최근 기본급 인상 제시안을 10만원으로 낮추며 교섭에 나섰지만 여전히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와 집중 교섭을 진행하며 접점을 찾고 있다"며 "회사는 열린 마음으로 조합과 소통해 합의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 25일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올해 첫 제시안을 냈지만 노조는 현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반려했다. 현대중공업은 당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인 기본급 8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치과진료비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아 전달했다. 노조 측도 최근 기본급 10만원 인상 등 절충안을 내놓은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화물연대 파업에 따라 후판 등 원자재 수급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초유의 3사 노조 파업까지 겪게 돼 어려움이 가중됐다.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로 조선용 후판 등 자재 조달이 힘들어져 선박 공정에 차질을 빚게 되고 납기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일찌감치 예상됐던 만큼 긴급자재의 경우 미리 확보를 해둔 상황이라 당장은 자재 수급 문제가 없다"면서도 "이달초부터는 조선 협력사부터 재고 자재 물량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여 건조 일정이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7~8년간 긴 불황기를 끝낸 조선업계에 노조의 파업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은 조선사들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기간 조선 노동자들 대부분이 구조조정과 저임금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의 해법 역시 ‘임금 인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지만 적자 구조를 갓 벗어나기 시작한 조선사들은 여력이 부족해 대치 장기화도 염두에 둬야한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납기가 지연되면 조선사 적자구조 탈출은 더욱 힘들어진다"며 "상생을 위한 협상과 양보가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을 노동계 ‘동투(冬鬪)’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조 요구엔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 중·고교생 자녀 교육보조금 분기별 40만원 지원 같은 사측이 수용하기 힘든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다. 연 2500억원으로 추정되는 ‘비용’을 넘어 상급단체, 특히 민주노총의 전반적인 정치권·정부 압박 기조에 맞춰 요구 수위를 높인 뒤 ‘딜’을 하는 전략을 노동계가 구사한다는 점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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